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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무덤 파보니 ‘험한 것’이 나왔다…‘한’ 담긴 오컬트물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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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딱 보니 묫바람입니다.”

장손들이 대대로 기이한 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미국 교포의 의뢰를 받은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은 이를 묫바람이라고 진단한다. 조상들의 묫자리가 좋지 않아 후손들에게 탈이 나고 있다는 것. 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화림은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에게 이장 작업을 제안한다.

거액을 벌 수 있는 기회에 대뜸 승낙한 상덕과 영근. 그러나 정작 100년이 넘었다는 해당 묫자리를 찾아간 상덕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묘비엔 이름조차 없고 묘비 뒤쪽에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다. 묘 주변엔 여우들이 어슬렁거리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감돈다.

흙 맛을 느껴보던 상덕은 “절대 사람이 누워있을 자리가 아니다”라며 이장 작업을 거절한다. 이에 화림은 굿과 이장을 동시에 하는 대물굿을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설득하고, 상덕은 결국 이장에 나선다. 그러나 파묘 작업을 시작한 이후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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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제공]

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물이다. 영화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 독보적인 오컬트 장르를 구축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최근 열린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포럼 섹션에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파묘’의 사전 예매량이 이미 23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개봉 전날 기준 ‘범죄도시2’와 ‘한산: 용의 출현’을 뛰어넘는 속도다.

장 감독이 전작들에서 각종 종교와 무속신앙 등을 엮었다면 이번 작품에선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결합했다. 이는 장 감독이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목격한 기억에서 비롯됐다. 장 감독은 수십 차례에 걸쳐 직접 참여한 이장 현장과 실제 무속인, 풍수사, 장의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영화의 현실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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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제공]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이한 일의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끌고 가며 134분 동안 높은 몰입도를 유지한다. 공포스러운 각종 음향 효과와 축축하고 음산한 도시의 배경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배로 높인다.

최민식은 연륜과 노련함으로 극을 이끌고, 유해진은 현실적인 장의사로 분해 영화에 현실성을 입힌다. 김고은과 이도현은 온 몸에 경문을 새긴 힙한 무속인으로 변신해 신선함을 더한다.

영화는 원혼을 달래는 뻔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땅 속에서 관이 아닌 아픈 역사의 잔재를 꺼낸다. 한국 관객들에겐 복합적인 감정을 건드릴 소재다. 영화가 전혀 다른 시각의 신선한 오컬트물로 다가오는 이유다.

장 감독은 “파묘와 이장 현장을 수십 번 따라다니면서 무덤을 파서 태우고 하는 일에 무엇을 녹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과거에 잘못된 것을 꺼내서 깨끗하게 없애는 정서가 와 닿았다”며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 땅을 돌이켜 보면 상처가 많은데 그걸 파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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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제공]

장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실사 촬영을 원칙으로 했다. CG(컴퓨터 그래픽)을 최소화하고, 하늘을 압도하는 도깨비불까지 실제 촬영해 현실감을 높였다.

이 가운데 가장 하이라이트는 김고은의 굿 장면이다. 김고은은 파묘 현장에서 빠른 속도의 북소리와 경문 외는 소리 속에서 실제 무속인을 능가하는 에너지와 신들린 듯한 칼춤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김고은은 굿 장면을 위해 실제 무속인들로부터 굿 퍼포먼스 훈련을 받았다.

이 장면에 대해 김고은은 “감독님과 스탭 분들의 배려로 당시 카메라 4대로 촬영해 하루 만에 끝낼 수 없었던 촬영분을 하루 만에 끝냈다”며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김고은의 굿 연기에 대해 “저러다 뭔 일 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현장의 몰입도가 대단했다”며 “배역에 철저히 몰입하고자 하는 배우의 프로패셔널함이 감동적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2일 개봉. 134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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