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보기싫어” “X치게한다”...간호사 후배 죽음으로 몬 ‘태움’ 가해자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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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병원 후배로 들어온 신규 간호사를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선배 간호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8일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심준보)는 폭행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이 사건은 소위 ‘을지대병원 태움(간호사들 사이에서 교육을 명목으로 후배를 괴롭히는 행동)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11월 의정부 을지대병원 소속 신입 간호사 B(사망 당시 23세)씨가 A씨의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B씨는 2021년 3월 2일 을지대병원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같은 해 10월 1일부터 A씨가 있는 팀에 전입했다. A씨는 새로 팀에 들어온 B씨에게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업무 미숙을 이유로 그를 자주 혼냈다.
B씨는 새 팀에 들어간 뒤, 주변 간호사 동료들에게 ‘A씨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A씨에게서 인수인계를 받는 날이면 유독 불안해했다는 것이다. A씨에게 혼이 난 날이면 “자존감이 떨어져 죽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해 11월 4일 밤 11시 22분, 두 사람이 야간 근무를 함께 서던 날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다른 간호사 5명이 있는 자리에서 A씨는 B씨를 크게 꾸짖었다. “이렇게 하면 내가 네 인계를 왜 받느냐. 받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 컴퓨터를 보고 일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너한테 인계 못 받겠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했다.
주변 간호사들이 A씨에게 다가가 ‘왜 그러시냐’고 묻자, 그는 B씨 이름을 언급하며 “저 XXX,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라고 해요”라고 말했다. B씨가 그 말을 듣고도 간호사실에 남아서 업무를 하고 있자, A씨는 “꼴 보기 싫다. 나 X 치게 하지 말고 가라고”라고 말했다.
언어폭력만 가한 것이 아니었다. 열흘 뒤, A씨는 같은 장소에서 B씨와 함께 밤 근무를 서던 중 그를 폭행했다. 업무가 미숙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빨리 일 안 해, 똑바로 일해”라고 말하며 양손으로 그의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B씨는 이틀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 유족들은 “간호사 집단 내부의 가혹행위인 소위 ‘태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며 선배 간호사를 고소했다. 을지대병원 측도 경찰에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선배 A씨가 신입 간호사 B씨의 멱살을 잡는 장면과, 동료들 앞에서 B씨를 강하게 질책하며 모욕한 상황 등이 확인됐다. A씨는 “교육 과정의 일환이었다”며 “모욕과 폭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모욕이나 폭행의 정도가 장난 또는 교육 목적에 지나지 않을 만큼 경미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과연 피해자를 지도하려는 목적이었는지 의문스럽다”라고 했다. ‘고의가 없었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공연히 모욕한다는 것과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심은 “폭언, 폭행 등의 폭력이 지도·감독의 정당한 수단이 될 수는 없음은 우리 사회가 다양한 괴롭힘·폭력 등을 수차례 경험하면서 드러났고, 특히 의료계에서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져 오는 속칭 ‘태움’과 같은 악·폐습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는 형이 무겁다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고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은 이날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판결은 문제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법정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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