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 위 달릴 ‘하늘 택시’… 소음 줄인 UAM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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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항우연 ‘UAM 실증단지’ 방문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실증 시작… 상용화 시동
신산업으로 떠오른 UAM에 대기업 ‘총집합’
기체부터 교통 관리·버티포트까지 묶은 컨소시엄
현대차·SKT·롯데·카카오 등 35개 회사 뛰어들어
지난 2월 28일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흥항공센터에서 비행을 마친 오파브(OPPAV) 모습. /고흥=김민정 기자
“오토파일럿 온(On), 와우 오프(Off), 자동 출발!”
지난 2월 28일 오후 4시 30분 전남 고흥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항공센터 내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단지. UAM 연구부 최성욱 박사의 출발 신호와 함께 국내 개발 기체인 오파브(OPPAV)가 하늘에 떠올랐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오파브 상단에 장착된 4개의 로터(회전날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긴 활주로를 내달릴 필요가 없는 오파브는 출발과 동시에 공중에 45도 사선으로 떠오르며 비행했다. 상공 100m가량까지 떠오른 뒤에는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지면에서 하늘로 떠오르고, 하늘길을 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덜컥거림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바닥엔 소음 측정을 위한 마이크로폰 80여 개가 깔려 있어 실시간으로 소음 정도가 측정됐다. 비행 과정을 지켜보는 연구진들도 숨죽이며 궤도를 도는 오파브를 지켜봤다.
오파브는 항우연이 개발한 국내 유일의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다. 이날 실증이 이뤄진 오파브는 내부에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무인(無人) 상태로 이·착륙 및 비행이 이뤄졌다. 이륙할 때 로터에 시동이 걸리면서 소음이 발생했지만, 하늘로 떠오른 뒤에는 큰 소리 없이 고속 비행을 이어갔다.
소음 수준을 기록해가며 기체를 개발하는 이유는 UAM 대중화를 위해서다. 도심 상공을 날고, 주거 지역 인근에서 이·착륙 해야 하는 만큼 시민들이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야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기훈 항우연 K-UAM 그랜드챌린지 운용국장은 “안전성 확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소음 문제”라며 “소음 측정 시스템은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가 유일하게 갖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갖게 됐다. 소음 수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UAM 기체가 보통의 헬리콥터와 다른 점은 회전날개가 여러 개라는 점이다. 프로펠러 1개에 의지하는 헬리콥터와 달리 UAM 기체는 4개에서 8개 정도의 회전날개를 달고 비행한다. 전기 배터리를 사용해 탄소를 내뿜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최성욱 항우연 UAM 연구부 박사는 “헬기의 경우 프로펠러가 고장나면 추락하지만, UAM 기체는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나머지 회전날개를 이용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라면서 “회전날개 크기를 줄이고, 개수를 늘리면 그만큼 소음도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K-UAM 그랜드 챌린지’는 분야별 기관·기업이 참여해 UAM의 안전성·통합 운용성 등을 검증하는 대규모 실증 사업이다. 오파브는 현재까지 K-UAM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개발된 기체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오파브를 활용해 UAM 관제시스템 등의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항우연 설명이다.
항우연은 장애물 회피, 비상착륙 등 비정상 상황을 가정한 실험 비행을 거쳐 오는 2025년 오파브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기체부터 버티포트(수직이착륙 공항), 교통 서비스 등 한국에 가장 적합한 UAM 환경을 구축해 글로벌 UAM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남 고흥 실증단지는 하나의 거대한 UAM 체계를 모두 갖춘 모습이었다. 격납고, 버티포트, 사무동, 승객 터미널, 이착륙장 등 UAM 운항에 필요한 시설들이 총집합했다.
다양한 기체가 대한민국 상공을 원활하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관제하는 통합 운용 시스템 개발도 항우연이 주력하는 과제다. 기체가 새 떼를 만나 충돌하는 경우나 다른 기체가 항로에 끼어들 경우 등 도심 속에서 벌어질 돌발 상황에서 안전한 운항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이날 미국연방항공청(FAA) 관계자들도 전남 고흥을 찾았다. 기체 인증 등 양국 간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UAM은 기존의 버스·택시·철도 등 지상 교통과 연계한 주요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UAM을 이용할 경우 30~50km의 중장거리를 20여 분에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초기에는 공항과 도심을 오가는 운행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향후에는 택시를 타듯 호출형 ‘에어 택시’를 운행하는 게 목표다. 2035년부터는 조종사 없이 자율 비행할 전망이다.
UAM 신(新)산업을 선도 하기 위해 국내 유수 기업들이 손을 잡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체 부품과 제작, 인프라, 운송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의 생태계가 구축되며 2040년까지 6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자동차 시장은 4조5000억달러, 반도체 시장은 6000억달러, 스마트폰 시장은 5000억달러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UAM 시장이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를 위해 총 7개 컨소시엄(35개 회사)이 1단계 실증을 통과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SKT,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K-UAM 드림팀’, 현대자동차, KT, 대한항공, 현대건설 등으로 꾸려진 ‘K-UAM 원팀’,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 GS건설 등이 모인 ‘UAM Future’ 등이다.
각 컨소시엄은 기체부터 교통 관리, 버티포트 운용 안정성 등을 충족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실증 사업을 진행한 뒤 우수 사업자에게 상용화 우선권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정부는 올해 8월 아라뱃길에 UAM을 띄운다. 이후 내년 4월 한강, 내년 5월에는 탄천에서 UAM을 날리며 수도권에서 실증을 이어갈 예정이다. 실증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수도권에서 첫 상용(商用) 서비스를 개시한다.
다만 대중교통의 일환으로 UAM을 이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먼저 환자 이송이나 산불 감시, 사고 대응 등에 UAM을 이용할 계획이다. 대중적으로 상용(常用)화되는 것은 2035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 투자와 더불어 각 부처의 예산을 활용해 UAM 산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최승욱 국토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장은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UAM 운영 시스템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공공이 투자와 수요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 의료 목적 헬기 등을 UAM이 대체하도록 보건복지부나 국방부, 산림청 등의 타 부처 예산도 함께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