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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감독·배우 합심해 만든 '성난 사람들' 에미상 8관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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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감독과 배우가 합심해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포함해 8관왕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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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성난 사람들'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 영화 부문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더불어 이성진 감독은 감독상과 작가상, 배우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중국·베트남계 배우 앨리 웡도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이 밖에도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까지 트로피 여덟 개를 챙겼다. 후보에 오른 열한 부문 가운데 남녀 조연상과 음악상을 제외하고 모든 상을 싹쓸이했다.

원동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이 감독의 경험이다. 극본을 쓰고 연출한 그는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3'에서 "'성난 사람들'은 5~10년 전이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던 작품"이라며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극 중 대니처럼 어린 시절 미국의 한인 교회에 다녔다.

이날 작품상을 거머쥔 그는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사실 제가 겪었던 감정을 녹여낸 것"이라며 "이 쇼를 보고 자신의 어려운 경험을 털어놔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확인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가끔 느끼기에 세상은 사람들을 갈라놓으려는 것 같다. 이 시상식에서조차 누군가는 트로피를 가져가고 누구는 아니다"라며 "이런 세상에 살다 보면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다거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고 사랑받을 가능성조차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난 사람들'을 제작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조건 없이 사랑해준 사람들"이라며 고마워했다.
0005367745_002_20240116133604667.jpg?type=w647[이미지출처=AP연합뉴스]'블랙 버드' 테런 애저턴, '다머' 에반 피터스, '위어드' 대니얼 래드클리프 등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티븐 연도 자신이 드라마에서 연기한 대니에 관한 감정을 털어놨다. "솔직히 대니로서 살아가기 힘든 날들도 있었다. 멋대로 판단하고 조롱하고 싶은 날도 있었다"면서 "어느 날 앤드류 쿠퍼(포토그래퍼)가 내게 '대니를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대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편견과 수치심은 아주 외로운 것이지만, 동정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만든다"고 역설했다.

그가 보인 생동감 넘치는 표현의 근원도 경험에서 발견된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티븐 연은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대학 시절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연기에 관심을 가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무명 배우로 활동하다가 2010년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글렌을 연기해 스타덤에 올랐다. 오랜 시간 이민자로서 느낀 고독과 외로움은 연기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여기서도 저를 안 받고, 저기서도 저를 안 받아 혼자만 남았을 때 처음에는 슬펐지만, 그걸 넘어가면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내재한 역량을 봉준호의 감독 '옥자(2017)',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 등에 출연해 연기로 발휘했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1)'에선 한국계 미국인이란 정체성을 더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승화시켰다. 그 덕에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작품에 녹여낼 줄 안다는 극찬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에서도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감을 품고 사는 대니의 지질한 면모를 현실감 있게 보여줬다고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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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성난 사람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가난한 남자 대니(스티븐 연), 남편과 소원해져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부잣집 여자 에이미(앨리 웡)가 운전 중 서로 시비가 붙어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지난해 4월 넷플릭스에 공개돼 시청 시간 10위권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는 호평도 받았다. 그 덕에 에미상을 비롯한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3관왕에 올랐고,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여우조연상(마리아 벨로) 등 4관왕을 차지했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TV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이다. 2022년 9월 열린 제74회 시상식에선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했다.
이종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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