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4 공짜" 꿈꾼 전환 지원금, 소비자도 실망하고 통신사도 주저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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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적은 전환 지원금에 통신 3사 압박
번호이동·무제한 요금제 등으로 혜택 범주 적어
"어차피 단통법 폐지되는데" 교체 수요 일부 대기도
서울 강남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이동통신 3사 로고가 걸려 있다. 뉴시스
#. 전업주부 김지형(가명·47)씨는 최근 정부가 전환 지원금을 새로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3년 전 산 스마트폰 약정이 끝나 적당히 저렴한 새 폰을 구하려는데 통신사를 갈아타면 인공지능(AI) 기능이 들어있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4를 '사실상 0원'으로 구할 수 있다고 들어서다.
하지만 그는 판매점 직원으로부터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지원금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직원은 "그래도 통신 요금을 올리고 제휴 카드로 사면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알렸지만 장벽이 하나 더 남았다. 가입 중인 서비스가 유선 인터넷에 인터넷(IP)TV까지 연결한 결합 할인 상품이라 통신사를 바꾸면 여러 가지를 손대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이전에라도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경쟁을 활성화하려고 꺼낸 회심의 카드지만 오히려 소비자와 통신업계 양측 모두 불만이 많다. 새 휴대폰을 사면서 통신사를 바꾸면(번호 이동) 최신 스마트폰도 공짜 수준으로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어넣었지만 통신사와 제조사가 호응하지 않으면서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 번호 이동 고객과 비싼 요금제에 쏠린 지원금 구조 탓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사·단말기 제조사 대표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김홍일 방통위원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22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김영섭 KT 대표·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와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사장·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등을 취임 후 처음 만났다. 방통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특히 전환 지원금을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통위는 19일 각 회사 임원과 만나 전환 지원금 확대를 주문했고 특히 갤럭시 S24 시리즈를 대상으로 한 지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에는 이상인 부위원장이 강남의 휴대폰 유통점을 찾았다. 그는 '전환 지원금이 30만 원 이상은 나와야 효과가 날 것'이란 유통점 대표의 우려에 "이통사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 (전환 지원금) 금액이 올라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13일 전환 지원금 설정 근거 고시를 만들면서 "갤럭시 S24 등 신형 단말기 구입 부담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22일까지 이 제품에 전환 지원금을 설정한 건 KT뿐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 갈아타면 갤럭시 S24를 사도 지원금은 없다. 그나마 KT도 월 13만 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8만 원이 나오고 월 8만 원 이하 요금제엔 지원금이 '0'이다.
15일 서울 시내 한 통신사 매장에 광고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소비자들 사이에선 얻을 게 많지 않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통신사들이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하길 바랐지만 지원금 규모가 통신사들이 장기 가입자에게 주는 혜택이나 결합상품 등을 바꿀 때 드는 비용보다 많아야 하는데 현재 수준에서는 그런 매력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통신사를 갈아타지 않거나 그러지 못하는 고객들이 역차별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환 지원금이 많아지면 통신사들이 기존 고객 방어를 위해 공시 지원금도 올리면서 번호 이동을 하지 않는 고객도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메기 효과'를 기대했다.
또 현재는 전환 지원금이 대신 채워줄 위약금 등의 규모가 명확하지 않아 통신사들은 공시 지원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한정된 단말기를 정해 높은 요금제에 지원금을 더 준다. 앞으로 통신사가 갤럭시 S24의 전환 지원금을 50만 원까지 올려도 그 혜택은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환 지원금이 커지고 경쟁이 활성화하면 비싼 요금제에서 중저가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 단통법 폐지가 확실해 고객들이 이를 기다리는 분위기도 있다. 이날 이동통신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휴대폰 구매 계획이 있는 소비자 중 45%는 단통법 폐지 이후로 구입을 미룰 것이라고 응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를 연내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세부 이견은 있지만 단통법 폐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강남에서 고객들이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살펴보는 모습. 뉴스1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조만간 전환 지원금을 꾸준히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난 각 사 대표들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및 이용자 보호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서비스 혁신과 성장 못지않게 오늘 다룬 내용 실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방통위에서 언급한 '전환 지원금 최대 50만 원, 갤럭시 S24 공짜' 시나리오는 무리일 거란 예상이 많다. 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분담하게 되는데 우선 제조사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현재도 '갤럭시 AI'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잘 팔리는 제품 값을 깎을 이유는 적다. 통신사도 본업의 수익성이 낮아졌다며 울상이라 큰 부담은 어렵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21일 주주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전환 지원금을 두고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환 지원금을 시스템에 넣는 전산 정비도 진행 중이다. 현재 각 통신사는 홈페이지에서 주문 단계에 전환 지원금을 적지 못하고 별도 이미지 또는 PDF·엑셀 등 문서 파일로 전환 지원금이 적용되는 단말기와 요금제를 공지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단통법이 없어지면 전환 지원금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데 몇 개월 남짓한 시간을 위해 전산을 고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번호이동·무제한 요금제 등으로 혜택 범주 적어
"어차피 단통법 폐지되는데" 교체 수요 일부 대기도
#. 전업주부 김지형(가명·47)씨는 최근 정부가 전환 지원금을 새로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3년 전 산 스마트폰 약정이 끝나 적당히 저렴한 새 폰을 구하려는데 통신사를 갈아타면 인공지능(AI) 기능이 들어있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4를 '사실상 0원'으로 구할 수 있다고 들어서다.
하지만 그는 판매점 직원으로부터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지원금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직원은 "그래도 통신 요금을 올리고 제휴 카드로 사면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알렸지만 장벽이 하나 더 남았다. 가입 중인 서비스가 유선 인터넷에 인터넷(IP)TV까지 연결한 결합 할인 상품이라 통신사를 바꾸면 여러 가지를 손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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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말한 '공짜 갤럭시S24'는 아직 멀었다...통신사들 '번호 이동' 지원금 공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1712000002348)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1712000002348)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이전에라도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경쟁을 활성화하려고 꺼낸 회심의 카드지만 오히려 소비자와 통신업계 양측 모두 불만이 많다. 새 휴대폰을 사면서 통신사를 바꾸면(번호 이동) 최신 스마트폰도 공짜 수준으로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어넣었지만 통신사와 제조사가 호응하지 않으면서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 번호 이동 고객과 비싼 요금제에 쏠린 지원금 구조 탓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통신 3사 전환 지원금 미적대자 "책임 있는 결정" 요구한 정부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22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김영섭 KT 대표·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와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사장·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등을 취임 후 처음 만났다. 방통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특히 전환 지원금을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통위는 19일 각 회사 임원과 만나 전환 지원금 확대를 주문했고 특히 갤럭시 S24 시리즈를 대상으로 한 지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에는 이상인 부위원장이 강남의 휴대폰 유통점을 찾았다. 그는 '전환 지원금이 30만 원 이상은 나와야 효과가 날 것'이란 유통점 대표의 우려에 "이통사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 (전환 지원금) 금액이 올라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13일 전환 지원금 설정 근거 고시를 만들면서 "갤럭시 S24 등 신형 단말기 구입 부담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22일까지 이 제품에 전환 지원금을 설정한 건 KT뿐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 갈아타면 갤럭시 S24를 사도 지원금은 없다. 그나마 KT도 월 13만 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8만 원이 나오고 월 8만 원 이하 요금제엔 지원금이 '0'이다.
부족한 전환 지원금 속 "단통법 폐지 기다린다"는 소비자도
소비자들 사이에선 얻을 게 많지 않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통신사들이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하길 바랐지만 지원금 규모가 통신사들이 장기 가입자에게 주는 혜택이나 결합상품 등을 바꿀 때 드는 비용보다 많아야 하는데 현재 수준에서는 그런 매력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통신사를 갈아타지 않거나 그러지 못하는 고객들이 역차별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환 지원금이 많아지면 통신사들이 기존 고객 방어를 위해 공시 지원금도 올리면서 번호 이동을 하지 않는 고객도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메기 효과'를 기대했다.
또 현재는 전환 지원금이 대신 채워줄 위약금 등의 규모가 명확하지 않아 통신사들은 공시 지원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한정된 단말기를 정해 높은 요금제에 지원금을 더 준다. 앞으로 통신사가 갤럭시 S24의 전환 지원금을 50만 원까지 올려도 그 혜택은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환 지원금이 커지고 경쟁이 활성화하면 비싼 요금제에서 중저가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 단통법 폐지가 확실해 고객들이 이를 기다리는 분위기도 있다. 이날 이동통신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휴대폰 구매 계획이 있는 소비자 중 45%는 단통법 폐지 이후로 구입을 미룰 것이라고 응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를 연내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세부 이견은 있지만 단통법 폐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잘 팔리는 갤S24, 굳이 더 깎아야 하나"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조만간 전환 지원금을 꾸준히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난 각 사 대표들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및 이용자 보호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서비스 혁신과 성장 못지않게 오늘 다룬 내용 실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방통위에서 언급한 '전환 지원금 최대 50만 원, 갤럭시 S24 공짜' 시나리오는 무리일 거란 예상이 많다. 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분담하게 되는데 우선 제조사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현재도 '갤럭시 AI'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잘 팔리는 제품 값을 깎을 이유는 적다. 통신사도 본업의 수익성이 낮아졌다며 울상이라 큰 부담은 어렵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21일 주주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전환 지원금을 두고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환 지원금을 시스템에 넣는 전산 정비도 진행 중이다. 현재 각 통신사는 홈페이지에서 주문 단계에 전환 지원금을 적지 못하고 별도 이미지 또는 PDF·엑셀 등 문서 파일로 전환 지원금이 적용되는 단말기와 요금제를 공지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단통법이 없어지면 전환 지원금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데 몇 개월 남짓한 시간을 위해 전산을 고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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