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vs 파키스탄… 우크라·가자 이어 남아시아 ‘3개의 전쟁’ 우려
컨텐츠 정보
- 301 조회
- 목록
본문
파키스탄, 영토 공격 당한지 이틀 만에 보복 공습
17일 파키스탄 발로치스탄주 판즈구르 마을에 있는 승용차 한대가 전날 이란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이들을 병원으로 이송한 후 대기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이 18일 새벽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란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을 향해 미사일을 날렸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이후 이란 본토에 떨어진 첫 미사일이라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9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틀 전 이란이 자국에 적대적인 무장 단체를 격퇴한다는 명분으로 파키스탄 영토를 미사일로 공습해 최소 2명이 숨지자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다. 909㎞의 국경을 맞대고 큰 갈등 없이 지냈던 두 나라가 무력 충돌을 벌인 것은 전례가 없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발발한 전쟁의 전선이 레바논·시리아·예멘·홍해 등으로 확산하더니, 중동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한 이란과 핵보유국(비공식)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이라는 예측 불허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두 나라는 이슬람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파키스탄은 수니파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고, 이란은 시아파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종파 분쟁까지 얽히며 중동 전쟁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대이란 공습 직후 낸 성명에서 “오늘 작전의 유일한 목적은 파키스탄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철저히 계획된 대응임을 분명히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이어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면전 발발로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두 개의 전쟁’을 맞이한 상황에, ‘세 개의 전쟁’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이 위치한 남아시아는 국가 간 영토 분쟁과 정정 불안, 반정부 무장 단체 발호 등 혼란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구촌의 대표적 ‘화약고’다.
AFP·알아라비야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8일 오전 4시 30분쯤 출격한 파키스탄 공군 전투기가 이란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 일대를 미사일로 공습해 여성과 어린이 등 최소 9명이 숨졌다. 이란 당국자는 “희생자들 중 이란 국적자는 없었다”고 밝히며 자국이 본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것을 부각했다.
파키스탄의 이번 공습은 이틀 전 이란의 자국 영토 공습에 대한 맞대응 조치였다. 이란군은 16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에 있는 수니파 반(反)이란 무장 단체 ‘자이시 알아들’의 기지 두 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두 명이 숨졌다. 이란이 파키스탄의 영토를 직접 미사일로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이시 알아들’은 이슬람국가(IS)처럼 시아파를 신봉하는 이란을 적대시해 왔다.
이 공격은 작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전선과 연계돼 있다. 이스라엘의 격퇴전에 맞선 하마스, 하마스를 도와 참전한 레바논 반군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 후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반이스라엘 무장 세력의 핵심 후원자로 이란이 지목됐다. 이란은 공개적으로 반이스라엘 무장 세력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내는 등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IS가 지난 4일 이란의 국민적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도식을 겨냥한 테러로 1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격분한 이란은 이라크·시리아 등 인근 국가에서 활동 중인 수니파 무장 단체들을 자국 안보 위협 세력으로 규정하고 제거 작전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파키스탄 영토에 미사일을 쏘아 보낸 것이다.
18일 파키스탄의 이슬람 신도들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틀 전 이란의 파키스탄 공습을 규탄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과 수니파가 다수인 파키스탄의 분쟁이 격화할 조짐이 보이면서 세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등 두 개의 전쟁에 이은 이슬람 종파 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파키스탄은 “이란이 우리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반발했다. 공습 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 장관이 “우호적인 형제의 나라 파키스탄 국민 중 누구도 이란 미사일 표적이 아니었다”며 파키스탄 달래기에 나섰지만 보복 공습을 막지는 못했다. 다만 이번 무력 충돌이 접경지대 내에서만 이뤄진 제한적·비례적 수준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가 확전을 막기 위한 ‘관리’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란 공습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이란의 주권과 영토 보전도 전적으로 존중하고, 두 나라 모두 더 이상의 교전이나 긴장 고조로 얻을 게 없다”며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무력 충돌을 계기로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던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분쟁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방은 물론 시아파도 척결 대상으로 여기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를 벌여왔던 IS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해 수니·시아파의 종주국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7년 만에 국교를 복원하며 잠잠해졌던 종파 분쟁이 되살아나 중동 전쟁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권 종파 분쟁은 단순한 교리상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서방 세계의 가톨릭·개신교 분쟁과 마찬가지로 정치·영토·민족 간 유혈 분쟁으로 번지기 쉽다. 이란이 이번에 공격한 ‘자이시 알아들’ 역시 파키스탄에 거점을 두고 이란 내 수니파 세력의 독립을 요구하는 분리주의 세력이다.
이번 무력 충돌의 당사국들이 핵을 보유했거나 핵개발 중인 군사 강국이라는 점도 세계 안보의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서방 5국과 체결했던 핵 합의(JCPOA)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의 일방 탈퇴로 무력화된 뒤 핵물질을 농축하며 핵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차례 포착돼 왔다. 북한·인도·이스라엘과 함께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파키스탄은 165개 안팎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세계 주요국 군사력을 비교하는 웹사이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파키스탄의 군사력은 145국 중 9위, 이란은 14위로 두 국가 모두 이스라엘(17위)보다 높다.
그래픽=김하경
국제사회는 이번 갈등으로 인해 현재의 ‘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구도가 ‘세 개의 전쟁’ 구도로 확전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세 개의 전쟁 당사국 및 이해관계국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각각인 듯 보였던 분쟁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전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징후가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를 타격하고 있는 러시아군 운용 드론의 상당수는 이란에서 공수한 샤헤드 드론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군사 후원 세력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 튀르키예의 보수적 이슬람 정권은 하마스 격퇴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강경하게 비난해 왔다. 주변 열강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이날 이란과 파키스탄의 추가 공격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나란히 발표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이 18일 새벽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란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을 향해 미사일을 날렸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이후 이란 본토에 떨어진 첫 미사일이라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9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틀 전 이란이 자국에 적대적인 무장 단체를 격퇴한다는 명분으로 파키스탄 영토를 미사일로 공습해 최소 2명이 숨지자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다. 909㎞의 국경을 맞대고 큰 갈등 없이 지냈던 두 나라가 무력 충돌을 벌인 것은 전례가 없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발발한 전쟁의 전선이 레바논·시리아·예멘·홍해 등으로 확산하더니, 중동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한 이란과 핵보유국(비공식)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이라는 예측 불허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두 나라는 이슬람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파키스탄은 수니파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고, 이란은 시아파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종파 분쟁까지 얽히며 중동 전쟁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대이란 공습 직후 낸 성명에서 “오늘 작전의 유일한 목적은 파키스탄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철저히 계획된 대응임을 분명히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이어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면전 발발로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두 개의 전쟁’을 맞이한 상황에, ‘세 개의 전쟁’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이 위치한 남아시아는 국가 간 영토 분쟁과 정정 불안, 반정부 무장 단체 발호 등 혼란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구촌의 대표적 ‘화약고’다.
AFP·알아라비야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8일 오전 4시 30분쯤 출격한 파키스탄 공군 전투기가 이란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 일대를 미사일로 공습해 여성과 어린이 등 최소 9명이 숨졌다. 이란 당국자는 “희생자들 중 이란 국적자는 없었다”고 밝히며 자국이 본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것을 부각했다.
파키스탄의 이번 공습은 이틀 전 이란의 자국 영토 공습에 대한 맞대응 조치였다. 이란군은 16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에 있는 수니파 반(反)이란 무장 단체 ‘자이시 알아들’의 기지 두 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두 명이 숨졌다. 이란이 파키스탄의 영토를 직접 미사일로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이시 알아들’은 이슬람국가(IS)처럼 시아파를 신봉하는 이란을 적대시해 왔다.
이 공격은 작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전선과 연계돼 있다. 이스라엘의 격퇴전에 맞선 하마스, 하마스를 도와 참전한 레바논 반군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 후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반이스라엘 무장 세력의 핵심 후원자로 이란이 지목됐다. 이란은 공개적으로 반이스라엘 무장 세력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내는 등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IS가 지난 4일 이란의 국민적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도식을 겨냥한 테러로 1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격분한 이란은 이라크·시리아 등 인근 국가에서 활동 중인 수니파 무장 단체들을 자국 안보 위협 세력으로 규정하고 제거 작전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파키스탄 영토에 미사일을 쏘아 보낸 것이다.
파키스탄은 “이란이 우리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반발했다. 공습 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 장관이 “우호적인 형제의 나라 파키스탄 국민 중 누구도 이란 미사일 표적이 아니었다”며 파키스탄 달래기에 나섰지만 보복 공습을 막지는 못했다. 다만 이번 무력 충돌이 접경지대 내에서만 이뤄진 제한적·비례적 수준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가 확전을 막기 위한 ‘관리’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란 공습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이란의 주권과 영토 보전도 전적으로 존중하고, 두 나라 모두 더 이상의 교전이나 긴장 고조로 얻을 게 없다”며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무력 충돌을 계기로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던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분쟁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방은 물론 시아파도 척결 대상으로 여기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를 벌여왔던 IS가 위축된 가운데, 지난해 수니·시아파의 종주국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7년 만에 국교를 복원하며 잠잠해졌던 종파 분쟁이 되살아나 중동 전쟁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권 종파 분쟁은 단순한 교리상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서방 세계의 가톨릭·개신교 분쟁과 마찬가지로 정치·영토·민족 간 유혈 분쟁으로 번지기 쉽다. 이란이 이번에 공격한 ‘자이시 알아들’ 역시 파키스탄에 거점을 두고 이란 내 수니파 세력의 독립을 요구하는 분리주의 세력이다.
이번 무력 충돌의 당사국들이 핵을 보유했거나 핵개발 중인 군사 강국이라는 점도 세계 안보의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서방 5국과 체결했던 핵 합의(JCPOA)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의 일방 탈퇴로 무력화된 뒤 핵물질을 농축하며 핵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차례 포착돼 왔다. 북한·인도·이스라엘과 함께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파키스탄은 165개 안팎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세계 주요국 군사력을 비교하는 웹사이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파키스탄의 군사력은 145국 중 9위, 이란은 14위로 두 국가 모두 이스라엘(17위)보다 높다.
국제사회는 이번 갈등으로 인해 현재의 ‘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구도가 ‘세 개의 전쟁’ 구도로 확전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세 개의 전쟁 당사국 및 이해관계국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각각인 듯 보였던 분쟁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전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징후가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를 타격하고 있는 러시아군 운용 드론의 상당수는 이란에서 공수한 샤헤드 드론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군사 후원 세력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 튀르키예의 보수적 이슬람 정권은 하마스 격퇴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강경하게 비난해 왔다. 주변 열강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이날 이란과 파키스탄의 추가 공격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나란히 발표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