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윤 정부, 라인야후 진작 대응했으면 이지경 이르지 않았다"
컨텐츠 정보
- 291 조회
- 목록
본문
외교부, 일본에 차별 조치 안된다는 입장 전달…"소프트뱅크, 라인야후 독자 운영 어려워" 진단도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 합작으로 만들어진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분 변경 압박을 두고, 외교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와 면담을 통해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건 초기와는 달리 일본 측 조치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외교부는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17일 오전 미바에 타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사대리)와 면담을 갖고, 한일 경제협력 증진 방안 및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행정지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행정지도 관련, 강 차관은 일본에서 경제활동을 전개하는 우리 기업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재차 전달하고, 네이버 측이 어떠한 불리한 처분이나 외부의 압력 없이 공정하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아울러 양측은 양국 경제분야 실질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작년 약 8년 만에 재개된 '한일 고위경제협의회'의 연내 개최를 포함하여 앞으로도 상호 신뢰에 기반하여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라인야후 지분 변경 압박이 알려지던 초기에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제일 중요한 건 회사 당사자인 네이버의 입장 확인이다. 필요하면 일본 측과 소통할 예정"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정부 대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일 경우 적절한 정보보안 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고 다음날인 14일에는 "적절한 정보보안 강화 대책이 제출되는 경우 일본 정부가 자본구조와 관련해 네이버의 의사에 배치되는 불리한 조치를 취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다소 강화된 입장을 내놨다.
이어 15일 대통령실은 오는 7월1일까지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행정지도 보고서에 지분 변경과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다만 네이버가 측이 지분 매각을 한다면 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정부가 사건 초기와는 달리 일본 정부 당국과도 소통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애초부터 양국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사단법인 외교광장과 조국혁신당, 한일평화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대일외교, 대전환을 촉구한다'는 주제로 연 긴급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양희 대구대학교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4월 일본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실무자가 한국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실무자에 이메일을 보냈을 때 이 사안을 공동으로 대응했다면 사태가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총무성의 지분 변경 압박은 지난해 11월 라인에 대한 해킹으로 약 51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총무성은 이에 대한 책임이 한국 네이버 클라우드 측에 있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지난 4월 일본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실무자가 한국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실무자에 이메일을 통해 네이버 클라우드에 대해 한국 위원회가 조사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일본에서 조사를 요청할 경우 한국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물었는데 이에 대해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측) 실무자가 캐주얼한 톤으로 이메일을 보내와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며 "흔히 있는 일이면 답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사안이 국가적 관심사기 되면서 다른 부처와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금을 답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양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사태가 악화됐고 네이버도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었다"며 "4월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대화했다면 사태가 이지경에 이르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못하니까 굴욕외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 5월 한국 과기정통부와 일본 총무성은 '한일 디지털 정책 포럼' 신설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요시다 히로시 총무심의관(차관급)은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의 민주 국가로서 최첨단 기술을 지닌 파트너'라면서 '양국 상황과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자 한다'고 했는데 이번 사태에서는 양국이 이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주장하듯 만일 한국에 대한 차별 의도가 없었다면 2023년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 및 한국 내 거센 비판을 무릅쓰고 '반 컵 외교'를 강행한 현 정부 입장을 배려해 이 사안이 지닌 휘발성을 고려하여 섬세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했다"며 "총무성의 거칠고 집요한 자본관계 정리 요구는 한국에서 네이버의 보안 부실 논의를 몰아냈다. 이는 일본 외교의 실책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 이상의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며 일본 정부의 조치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본 총무성은 지분 매각이 왜 라인야후의 보안강화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이 문제가 갖고있는 민감성과 휘발성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이렇게 거칠게 나가서는 안되지 않았을까 싶다. 일본 외교의 상당한 실책, 아니면 그 이상 뭔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지분매각에 반대하지 않고 경영 판단에 따라 매각할 수 있으면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번 사태는 이미 네이버라는 개별 기업의 손을 떠났다"며 "네이버가 경영적 판단이 아니라 총무성의 강압이나 외압에 의해 지분 매각하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된다. 주주, 직원, 이용자까지 포함해 충분히 협의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 차원에서 이제는 국민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일본에 굴욕외교를 한다고 보지 않도록 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수진 변호사는 한일투자협정의 제14조 "어느 일방체약당사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 협정과 관련된 분쟁해결이나 이 협정의 해석·적용 또는 목적실현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하여 신속히 협의함"을 근거로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이 있을 때 정부가 먼저 대응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전 변호사는 "정부가 한일투자협정에 따라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것은 조약에 따른 합법적 절차일 뿐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 보호와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외교적 대응이기도 하다"라며 그간 개입을 꺼려왔던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한국 내부에서 안일하게 처신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문제 때문에 기업에 지분 매각을 강요한다? 이 둘 사이에 비례성이 맞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대균 아주대학교 교수는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윤 교수는 "라인야후의 라인플러스에 대한 기술 의존도는 절대적이고 라인야후 사내 시스템 등 회사 운영을 위한 주요 인프라를 네이버 클라우드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라인이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플랫폼 기업이고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진출까지 성공한 사례"라며 "네이버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술 조직의 안정 등 국내 기반을 생각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현상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소프트뱅크의 기업 지배 시도가 계속될 경우 이는 기업 간 합리적인 딜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미 일본 정부가 개입한 행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비판하고 개입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필요하나, 한국 정부가 네이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네이버는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얼마든지 지분 매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번 사태를 "기술 주권 행사"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라인야후의 경우 소프트뱅크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기업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 일의 경우 "한국 기술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호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