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AI로 전에 없던 '화학 레시피' 짠다…데이터 구축은 여전히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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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현 IBS(기초과학연구원)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이 24일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자협회
"화학에 AI(인공지능)를 적용할 때의 가장 큰 도전은 수많은 분자들의 조합을 모두 AI에 학습시킬 수 없다는 겁니다. 대신, 화학 반응의 '문법'을 AI에 학습하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백무현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24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이처럼 설명했다.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최근 계산화학에 AI를 도입하고자 시도 중이다.
백 부연구단장은 국내 '1세대' 계산 화학(computational chemistry) 연구자다. 계산 화학은 컴퓨터의 연산 기능을 활용해 화학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 분야다. 수많은 분자의 상호작용, 화합물의 반응과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백 부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2018년 암 치료제, 뇌전증 치료제 등의 핵심 원료인 '감마-락탐'을 합성한 바 있다. 반응 효율이 높은 이리듐 촉매를 생성해 자연적으로는 합성이 어려웠던 탄화수소로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반응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된 촉매를 예측한 게 계산화학 연구팀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2020년엔 전극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만능 작용기(functional group)'를 개발했다. 작용기는 유기화합물의 성질과 특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를 말한다.
연구팀은 작용기 하나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금 전극에 분자를 부착한 뒤 전극에 전압을 가하면 분자의 전기적 성질이 변한다. 그 결과 하나의 작용기만으로 여러 작용기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분자들을 일일이 합성해 원하는 반응을 보이는 분자(촉매)를 찾는 대신, 하나의 작용기만으로 다양한 화학반응을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지금, 백 부연구단장은 "계산화학에도 AI를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난제는 AI 학습의 기초가 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백 부연구단장은 "모든 분자 조합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모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며 "모든 경우의 수를 데이터화하는 대신, 전자가 움직이는 패턴을 AI에 학습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화학 반응에도 일종의 '문법'이 있는데, 이 공식을 AI에 학습시키면 개별 분자의 조합을 일일이 학습시키지 않아도 이들의 화학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간 연구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반응을 AI가 제시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백 부연구단장은 "AI 도입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화학 반응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건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