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사들 반발 뚫고 '의대 증원' 마침표… "이젠 정부 손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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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현아(가운데) 언론홍보위원장 등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 촉구 탄원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4일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 심의를 완료해 마침내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제 정부가 원점으로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단계에 도달했다. 의사들은 대법원 최종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증원 백지화'라는 비현실적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2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는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27년 만이다. 내년에는 경인권과 비수도권 의대 32곳에서 정원 1,509명이 늘어나 전체 40개 의대가 신입생 4,567명을 뽑는다. 정부 입장에서는 2018년과 2020년 증원 시도가 의사들 반대로 무산되는 등 숱한 실패 끝에 어렵게 일군 성과다. 정부 관계자는 "의대 증원은 이제 정부 손을 떠났다"며 "증원 백지화 요구를 수용하면 오히려 직권남용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개월 넘게 의료 현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어떻게 처분할지 고심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처분 시기와 수위, 방법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지는 유연한 처분이라는 기조에 따라 행정처분 절차가 중지된 상태에서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처벌보다는 선처에 무게를 두고 당분간 전공의 복귀를 더 기다려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달 21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레지던트는 658명으로 전체 9,996명 중 6.6%에 불과하지만, 의료계에 따르면 복귀를 타진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이달 말 각 대학이 내년도 입시요강을 발표하면 집단행동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복귀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전국 수련병원장에게 전공의들을 개별 상담해 복귀 의사, 향후 진로 등을 확인한 뒤 오는 29일까지 회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돌아올 의지가 있는 전공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복귀 명분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차관은 "개인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힌 전공의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전공의들이 수련생으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주저하지 말고 정부를 믿고 근무지로 조속히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이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 전문위원회'를 열어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 수련 질 개선, 국가 투자 강화, 의학교육 질 제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앞서 잇달아 가동된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전달체계 지역의료 전문위원회', '필수의료 공정보상 전문위원회' 등도 왜곡된 의료체계 개편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각 전문위원회는 다음 주부터 2차 회의를 이어가며 신속하게 개혁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대교협 심의 완료로 의대 증원이 확정됐어도 의사들은 사회적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며 증원 반대만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는 의대 증원을 멈춰 달라는 게 의대생, 전공의, 교수의 공통된 요구 사항"이라며 "의료개혁 방향과 내년 의대 증원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 있으니 젊은 의사와 학생의 미래를 위해 증원을 멈춰 달라"고 밝혔다. 의정 대화 전제 조건이 '증원 재검토'라는 기존 입장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는 셈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대법원 최종 결정 전까지 대학별 입시요강 발표를 보류하도록 소송지휘권을 발동해 달라"고 사법부에 요구했다. 서울고법은 의대 증원이 공공복리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으나, 의대 교수들은 "증원이 오히려 공공복리에 위해를 가져온다"며 법원 결정을 부정하고 있다. 의사 측 변호사는 "다음 주에 대법원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김표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