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임영웅 콘서트에 이틀간 10만명... “더 큰 꿈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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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한 가수 임영웅. 10만명 관객을 모은 그는 이틀 공연에서 각각 30여 곡을 불렀다. /물고기뮤직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 가수 임영웅(33)이 툭 내던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첫 소절에 5만 관객이 숨을 집어삼켰다. ‘임영웅 신드롬’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곡. 2020년 TV조선 경연 ‘미스터트롯’을 시작으로 대부분 무대 선곡에서 임영웅은 이 노래를 골랐고, 매번 객석을 울렸다.
원곡자인 김목경이 20대 유학 시절 부모님을 그리며 지은 이 노래가 30대 미혼인 임영웅의 대표곡이 된 건 자식-부모-조부모 3대의 동반 나들이가 많은 콘서트 특성 때문일 것이다. 25·26일 이틀간 전국 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티켓 11만원~19만8000원)’를 찾아 상암벌을 가득 메운 10만 관객도 10대부터 90대 이상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남성 솔로 가수가 다양한 연령대 관객을 동원하며 5만명 이상 규모의 스타디움급 대형 경기장을 꽉 채우는 건 해외에서도 드물다.
26일 공연은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팬클럽 ‘영웅시대’ 상징색인 하늘색 빛깔로 빈틈없이 넘실댔다. 지난해 서울, 대구, 부산, 대전, 광주, 고양 등 총 21회 공연에 22만명을 동원한 그의 전국 투어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 공연. ‘대기 인원만 5만명’ ‘30초 만에 티켓 완판’ 등 표를 잡기 어려웠다는 후기가 속출했다. 트로트로 시작한 가수가 서울 월드컵경기장 단독 공연을 연 첫 사례로, 이번 공연 영상은 오는 8월 영화로도 개봉된다. 공연 중 임영웅은 “공연장 빌리는 데 정말 힘들었다”며 “영웅시대의 한계는 어디일지, 앞으로도 더 큰 꿈을 펼쳐보겠다”고 말했다. 큰 박수가 쏟아졌다.
다양한 연령대 관객을 한데 묶는 비결은 다채로운 선곡이었다. 임영웅은 이날 오후 6시 30분 직접 춤을 추며 첫 곡 ‘무지개’로 문을 열었고, 마지막 곡 ‘인생 찬가’까지 3시간 동안 30여 곡을 쏟아냈다. 자작곡인 록 발라드 ‘런던보이’, EDM 댄스곡 ‘Do or Die’, 레게풍 힙합곡 ‘아비앙또’ 등 선곡 장르가 바뀔 때마다 성대를 갈아 끼우듯 노래 스타일도 바꿨다. 이달 초 발매한 신곡 발라드 ‘온기’를 부를 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한 단편영화를 함께 틀었고,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등은 열기구를 타고 객석에 바짝 다가가 노래했다. 공연 막바지 얼굴이 흠뻑 젖을 정도로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특수효과 같아 노래에 더 몰입이 잘 된다”며 너스레를 떠는 임영웅의 모습에 관객 함성은 커져만 갔다.
임영웅의 관객은 공연장 안에만 있지 않았다. 공연장 바깥 주최 측이 마련한 대기 공간에서도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가려는 아들 딸들이 새어 나오는 노래와 함성에 귀를 기울였다. 일상에서는 드물어진 세대 간 교감이 그의 공연에선 드물지 않다. 사회적 물의를 빚는 가요계 소식이 이어진 요즘, 이런 공간 하나쯤은 계속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임영웅의 공연을 더 빛나게 했다.
윤수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