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영일만 가스전 부푼 꿈…'석유'만 붙으면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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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석유·가스 시추 탐사가 추진되자 관련 종목들이 연이틀 불기둥을 세웠다. 실제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종목까지 등장하는 등 '영일만 테마주' 열풍이 불자 불확실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국가스공사는 전날보다 1.81% 오른 3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상한가를 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올랐다.
가스·석유 수송용 등 강관을 제조하는 동양철관(29.98%)과 가스관에 설치되는 밸브를 제작하는 화성밸브(29.97%)는 이틀 연달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역시 전 거래일을 상한가로 마친 흥구석유와 대성에너지는 이날 각각 18.4%, 13.74% 올랐다.
이번 시추 탐사와 상관이 없는 한국석유도 이날 29.81% 상승하며 또다시 상한가를 썼다. 한국석유는 아스팔트와 합성수지 등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석유·가스 채굴과는 연관성이 없다. 전날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으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한 종목도 다수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날 18.93%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으나 이날은 9.96% 하락 마감했다.
전날 6.72% 급등한 SK가스는 이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8.03% 떨어졌다. HD현대중공업(-1.75%), 한화오션(-3.86%), 삼성중공업(-2.08%)도 오름세를 하루 만에 끝내고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가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큰 한국가스공사는 '영일만 테마주'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한국가스공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천연가스를 생산한 '동해-1 가스전' '동해-2 가스전' 사례처럼 영일만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모두 인수해 공급을 담당할 전망이다. 수입하던 가스 물량을 대체해 국내에 유통하고 남은 가스는 해외에 판매하게 된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공급을 목적으로 광구에 설비투자한 자금은 요금에 더해져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광구 수익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이익 증가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초과이익은 가스요금 인하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나 가스가 발견되면 관련 시설을 건설할 조선·건설 종목들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첫 번째 탐사 시추에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해양 시추업체 시드릴의 '웨스트 카펠라'가 선정됐다.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비롯한 해양 플랫폼 건조 등 관련 사업에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참여할 수 있다. 심해 시추선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오션은 최근 '한화드릴링' 상표를 등록하는 등 시추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웨스트 카펠라의 용선료를 바탕으로 심해 시추선 용선 수익이 약 225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삼성E&A와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동해-1 가스전' 관련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천연가스 생산설비와 해저 파이프를 설치했고, 삼성E&A는 육상 가스 처리 시설을 구축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참여도 점쳐진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영일만 인근 해저 가스전 개발에서 건설사들이 수주할 수 있는 규모는 5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추정된다"며 "조선사와 건설사가 나눠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기업들과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 그리고 가스관과 관련된 동양철관·화성밸브 등도 수혜주로 분류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석유와 가스 생산에 나선다면 LPG 수입사인 SK가스와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을 운용하는 석화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탐사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인기를 좇는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리탐사 결과에서는 지층에 공간이 있다는 것뿐이지, 거기에 석유가 있을지 가스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탐사 시추가 성공할 확률은 10% 수준"이라며 "유전·가스전이라고 하더라도 구조에 따라 경제성이 없을 수도 있고 지진 등 안전성 문제로 시추가 중단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김정석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