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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동물도 ‘마음의 병’ 앓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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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로렐 브레이트먼 지음·김동광 옮김/420쪽·2만3000원·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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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얼룩말 ‘세로’가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했을 때 일이다. 단순히 동물원의 관리 실수로 탈출한 줄 알았던 세로가 최근 몇 년 새 부모를 차례로 잃고 외로움에 시달리다, 이웃 캥거루와 싸우는 문제 행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어린 얼룩말의 슬픈 방황에 공감이 쏟아졌고, 세로가 동물원에 돌아간 뒤에도 그의 근황에 관심이 쏠렸다.

동물에게도 감정과 마음이 있음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일시적 감정을 넘어 동물도 깊은 내면세계를 갖고 있고,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주장은 어떨까. 이 책은 반려견이 4층 집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목격한 뒤 동물 정신의 역사를 연구하게 된 과학사학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의 반려견 올리버는 투신 장면을 목격한 이웃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산다. 그러나 수의사는 저자에게 “1층으로 이사하고 동물행동심리 전문의를 만나라”고 조언한다. 심각한 분리불안을 겪은 올리버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죄책감과 상실에 시달린 저자는 정신병을 앓는 동물과 전문가의 사연을 기록한다. 6년간 고릴라, 보노보, 고양이, 돌고래, 앵무새, 코끼리를 만났고 이를 돌보는 정신과 의사, 수의사, 사육사, 훈련사와 반려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에 의해 미쳐 버린 동물들에 관한 150년의 역사도 추적한다. 역사 속 동물은 인간을 대신하는 실험 대상이었다. ‘파블로프의 개’들은 정신착란을 일으킬 정도의 자극에 시달렸고, 모성 실험 대상이 된 원숭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로부터 분리됐다. 결국 인간의 불안정한 마음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얻게 된 지식임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아픔을 겪는 동물들이 놀라운 회복력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은 결국 종을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이다. 그것은 반려동물과 사람 사이의 애정일 수도, 동물과 동물간의 위로일 수도 있다. 상대가 어떤 존재이든 그에 대한 애정과 친절이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음을 책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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