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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네병원 ‘18일 휴진’ 신고 4%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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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18일 집단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사전에 신고한 동네병원이 4.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단체 등의 선언도 이어지고 있어 의협이 밝힌 ‘역대급 집단 휴진’ 구상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3일)까지 ‘18일 휴진’ 계획을 신고한 동네병원은 전국 3만6371곳 중 1463곳(4.02%)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9863곳 중 229곳(2.3%)만 휴진을 신청했다. 신고하지 않고 휴진에 참여하는 곳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동네병원 휴진율은 2020년 파업 첫날(32.6%)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또 14일 상급종합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가 “협의체 차원에서 18일 의협 단체 휴진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은 의사단체의 3번째 불참 선언이다. 이 협의체의 홍승봉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뇌전증 환자들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져 약물 투여를 절대 중단해선 안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아무리 목적이 좋더라도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겁주고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며 집단 휴진을 선언한 의협과 서울대 교수들을 비판했다. 경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도 정상진료 방침을 밝혔다.


한편 임현택 의협 회장이 전날(13일) 밤 전공의가 포함된 의사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더 이상 전공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의협과 전공의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날 임 회장의 ‘의협 중심 단일대오’ 방침을 비판한 바 있다.


의사 내부서도 “환자 고통 주느니 휴진 대신 삭발-단식 투쟁을”


[의료계 집단휴진 균열]

뇌전증 의사들 18일 집단휴진 비판… 정상진료 밝히고 진료시간 연장도

일각 “의협, 뒤늦게 명분 쌓기용 휴진”

서울대병원 “정부와 소통… 논의 진전”


“의사들은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하면서 스스로 희생하며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14일 낸 성명에서 집단 휴진을 선언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서울대 교수들을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고 있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서도 “115일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과거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 이상으로 의식을 잃거나 발작이 생기는 등 뇌 기능이 일시 마비되는 질환이다. 홍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뇌전증 환자 중 상당수는 언제든 다치고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집에서도 벌벌 떨면서 생활한다. 그런데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 후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봐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의협이 18일 예고한 집단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단체, 병원, 교수 등의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명령에 따라 18일 휴진하겠다고 신고한 동네병원도 전국적으로 1463곳(4.02%)에 불과해 집단 휴진 참여율이 당초 우려했던 만큼 높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부산대 교수 “진료 시간 오히려 늘렸다”


의료 공백이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진료 시간을 늘린 의사도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폐암 치료 전문가인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주 3회 맡았던 외래진료를 최근 주 5회까지 늘렸다. 대형병원 상당수가 초진 환자를 안 받는 가운데 엄 교수가 초진 환자도 본다는 소문이 나면서 부산은 물론 영호남 지역에서 환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엄 교수는 “가족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만큼 환자와 그 가족의 절박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정부와 전공의 입장 모두 이해되지만 계속 근무하며 불안해하는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진료 방침을 밝히는 병원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강원대병원은 “교수의 집단 휴진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경북대병원도 “휴진 없이 정상 진료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유일한 화상전문병원인 대구푸른병원도 정상 진료를 유지할 방침이다.


의사들 사이에선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가 다 끝났는데 지금 집단 휴진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의협 지도부가 ‘아무것도 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명분 쌓기용 휴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 서울대 비대위 “정부와 소통하며 논의 진전”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선언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14일 기자회견에서 “희귀병·중증·응급 환자는 예정대로 진료하기 때문에 진료실 문을 완전히 닫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중에는 진료 예약을 변경하지 못해 정상 진료하기로 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이 ‘집단 휴진 불허’ 방침을 밝히고 간호사와 행정직원들도 진료 일정 변경 업무를 거부하고 있어 교수들이 수백∼수천 명의 예약 환자에게 일일이 연락해 일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오승원 비대위 홍보팀장은 “교수가 직접 일정을 변경하기도 하고 비대위가 만들어 14일부터 가동 중인 진료 변경 시스템을 통해 안내 문자를 보내 예약 환자 일정을 한 달 후로 조정하기도 한다”며 “(교수 1500여 명 중) 200여 명이 비대위 시스템을 통해 진료 일정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뵈었고 보건복지부와도 계속 소통하며 논의에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막판 휴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박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부산=김화영 기자 [email protected]

이지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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