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인도도 자국 플랫폼 제재? 실상은 한국과 전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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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디지털경제연합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치열한 디지털 패권 경쟁 속 자국 플랫폼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이런 전 세계 추세를 국내 플랫폼 규제법 제정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어 업계 안팎의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다. 한국과 가장 유사한 플랫폼 규제 사례로 언급된 인도마저 우리 환경과는 전혀 다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19일 디지털경제연합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우리 정부도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플랫폼 특성을 고려한 치열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기조 발제에 나선 한승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은 “최근 자국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토종 플랫폼을 가진 인도가 국내와 유사한 플랫폼 규제 방침을 가져간다고 하지만, 인도와 한국은 시장 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경쟁 시장 형태이나, 인도는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독과점 시장 구조”라고 덧붙였다.
올해 인도 디지털 경쟁법 위원회(CDCL)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경쟁법 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의 유력 대상으로 지목된 인도의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Flipkart)는 이커머스 분야에서 아마존을 압도할 정도의 현지 1위 사업자다. 지난 2020년 다양한 인수합병(M&A)와 사업 모델 변경을 통해 점유율을 40% 이상 끌어올리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공습으로 최근 경쟁이 더 격화했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전자상거래 사용자 수는 쿠팡 3010만 명, 알리 818만 명, 11번가 735만 명, 테무 580만 명으로 집계됐다. 한승혜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지속적인 순위 변동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실제 플랫폼 시장에 추가 규제가 필요한지, 신규 입법이 과연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지, 역으로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지는 않을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우리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표방한다는 건 이제 플랫폼 없이는 행정을 펼칠 수 없다는 방증”이라며 “규제 여부도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치열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은 입법의 취지에 매몰돼 규제가 쉽게 이뤄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구개발(R&D) 부문의 중복 연구는 시작 단계부터 무산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존 법만으로는 무엇이 왜 부족한지 확실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이유에만 집중해 밀어붙이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벤처기업 인식조사 결과에서 68.7%가 법 제정에 반대했다”며 “이 법이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80% 이상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정부의 규제 움직임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플랫폼에 투자하지 말라는 벤처캐피탈(VC)이 늘고 있다”라고 공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주요 기업이 스타트업 인수에 소극적으로 된 건 물론이고, 기업공개(IPO)도 기준선이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웹툰과 야놀자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상장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라며 “규제가 커진다는 건 국내 플랫폼들을 해외로 나가라고 등 떠미는 격”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디지털경제연합은 디지털산업 발전에 필요한 바람직한 정책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설립된 협의체다. 정보통신기술(ICT) 대표 7개 협단체(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로 구성됐다.
이나연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