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서 출발한 여객 열차가 전력 부족으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해외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16일(이하 각 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말인 12월 26일 평양에서 함경남도 검덕(금골)으로 향하던 열차가 단척역을 지난 뒤 동암역과 리파역 사이의 높은 고개를 넘으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넘지 못하고 밀리면서 전복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사고 원인은 노후화된 철로와 전력난으로 알려졌다. 동암-수촌-신평-리파역까지 철로는 해발 700m의 높은 산간 지역에 있으며, 당시 사고가 발생한 단천역 주변에는 폭설로 인해 눈이 많이 쌓여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RFA에 "급경사가 시작되면서 열차 속도가 느려지더니 리파역으로 올라가는 철로에서 약한 전압 탓에 헛바퀴가 돌기 시작했다"며 "(열차가 전체적으로)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기관사가 제동을 걸어 수습하려 했지만 밀려 내려가는 열차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탈선했다"고 전했다.

탈선 직후 열차 뒷부분의 객차들이 산 밑으로 떨어졌고, 이후 동암역을 향하던 중 연이어 열차가 탈선돼 골짜기로 굴러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기관차 바로 뒤에 연결된 2량의 상급열차는 탈선되지 않고 기관차와 함께 단천역까지 밀려 내려와 멈췄다"며 "상급열차에 탄 간부들은 살았지만 나머지 7량에 탄 주민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북한의 여객 열차는 일반적으로 9~11량을 연결해 운행한다. 앞쪽 1~2량은 간부 전용 상급열차이며 이어 수화물 차량과 일반승객용 차량이 연결된다. RFA는 "열차 1량의 정원은 60명이며, 평양발 금골행 열차는 장사꾼들로 항상 만원"이라며 "이는 추락한 열차 7량에 탄 승객이 400명 이상이 넘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열차에는 단천 검덕광산으로 집단 파견 나가던 20대 청년들과 생계로 장삿길에 오른 여성 주부들이 다수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함경남도 당국을 중심으로 사고 수습과 시신 처리 전담반이 조직됐다"며 "구조된 중상자들은 단천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항생제, 해열제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하고 대부분 병원에서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고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이 소식통은 "이 사고는 노동당 전원회의(12월27일) 전날 발생했다"며 "철도성을 통해 중앙에 보고됐지만 당국은 사고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단천일대를 비상구역으로 선포하고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