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90조 돌파'···머니무브 가속화 이유는
컨텐츠 정보
- 443 조회
-
목록
본문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이 90조원을 돌파했다. /더팩트 DB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90조원을 돌파하면서 증권업계로 '머니무브'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증권사들은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제도의 원리금비보장 상품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의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335조9000억원) 대비 13.8%(46조5000억원) 증가한 38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간 2배 규모로 성장한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오는 2030년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5.26%로 전년(0.02%) 대비 5.24%포인트 상승해 퇴직급여제도가 전면 시행된 2010년(5.5%)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해 가입자의 연금수령 계좌 비중은 10.4%를 기록하며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이와 같은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와 성과 속에 증권업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4분기(86조7397억원) 대비 4.57%(3조9644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98조481억원에서 202조3522억원으로 2.17%(4조3041억원) 늘어났다. 증가율 기준 증권사가 은행권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권은 93조2479억원에서 92조6958억원으로 오히려 0.59%(5521억원) 감소했다.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이 금융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9%에서 23.5%로 높아졌다.
또한 증권업계의 지난해 연간수익률도 7.11%를 기록하며 은행, 손해보험, 생명보험, 근로복지공단 등 권역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상승률도 2022년 대비 9.14%포인트 오르며 가장 큰 폭을 나타냈다.
이 같이 증권사로 머니무브가 이뤄진 데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객들이 투자 수익을 추구하고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 영향으로 내다봤다.
퇴직연금 시장 내에서 고객들이 안정적인 운용으로 이자 수익을 추구하기 보단 투자 수익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비교적 공격적인 운용 방식을 따르는 증권사가 선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형과 원리금 비보장형으로 나뉜다. 증권사에서 주로 판매하는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주식이나 펀드 등 고위험 자산 투자 비중이 높다.
또한 지난해 7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되는 디폴트옵션이 시행된 영향도 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 시행 후 증권사는 수익률 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 받았다.
증권사들도 퇴직연금 시장 확대에 따라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중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확정기여형과 개인형퇴직연금 제도의 고위험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 경쟁이 두드러진다. 수익률은 증권사의 직접적인 자산운용 결과가 아닌 고객의 운용성과를 의미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확정기여형 원리금비보장 상품 수익률 1위는 15.18%를 기록한 삼성증권이 차지했다. 그 뒤로는 △현대차증권(14.56%) △하나증권(14.13%) △한화투자증권(13.87%) △미래에셋증권(13.75%) △NH투자증권(13.45%) 등 순이었다.
해당 시점 기준 개인형퇴직연금 원리금비보장 상품 수익률 1위는 18.46%를 기록한 한국포스증권이 달성했다. △삼성증권(15.7%) △KB증권(15.16%) △유안타증권(14.6%) △미래에셋증권(14.23%) △한화투자증권(13.98%) △NH투자증권(13.46%) △신한투자증권(13.36%)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ETF(상장지수펀드), 채권, 펀드, 예금, ELB 등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어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퇴직연금 투자자들의 증권사로의 선택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라진([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