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민주당 아버지가 가르쳤냐" "입 닫으세요"… 운영위도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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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들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성태윤 정책실장, 정 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호영 기자
22대 국회 출범 이후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처음 출석한 국회 운영위원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여야 의원들의 말싸움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운영위원장이 여당 의원들을 향해 "입을 닫으세요"라는 거친 표현까지 꺼냈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국회 보이콧을 풀고 복귀했지만 열리는 상임위마다 볼썽사나운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날 운영위는 전체회의를 시작한 직후 민주당에서 대통령 비서실·안보실·경호처의 업무보고 자료가 사전에 의원들에게 제공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민주당 간사인 박성준 의원은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보고를 한다고 지금 들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반발하는 과정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강민구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그러자 여야 간에 "왜 이렇게 손가락질하냐"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느냐" "깽판치는 거냐" 등 고성과 삿대질이 이어졌다.
김주현 민정수석의 출석과 강의구 부속실장의 추가 출석 요구를 두고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민정수석은 '사정(司正)' 자료를 다룬다는 점에서 국회 국정감사나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민정수석이 부활할 때 사정 기능이 제외돼 참석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강의구 실장의 추가 출석을 요청하자 정 실장은 "부속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위이고 과거에 부속실장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며 "지금 국회에 모든 수석이 나와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은 대통령님 혼자 계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든 수석이 여기 나와 있으니 민정수석만큼은 대통령실로 복귀시켜달라"고 요청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잦아들지 않자 박 위원장이 15분간 정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정 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기록이 있는 대통령실 유선 전화 '02-800-7070' 사용 주체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문제의 통화 이후 대통령실 전화 회선이 재배치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배치한 것이 확인되면 증거인멸"이라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실의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 보안사항"이라며 "아마 지금 이 회의는 실시간으로 북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실장은 윤 대통령 격노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부임한 지 두 달가량 돼 그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실 어떤 관계자를 통해서도 대통령의 격노설이나 진노설 같은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정 실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대통령이 당연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재의요구권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한인 동시에 의무이자 책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정 실장은 "대통령이 속해 있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다면 이것은 또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여지는 남겨 뒀다.
민주당은 이르면 2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가 4일까지 열리는 상황에서 방송 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처리,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 탄핵안이 2일 본회의에서 보고되면 24시간 이후인 3일 또는 4일 표결이 가능해진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 3+1법' 처리를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로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다면 시작한 후 24시간이 지나면 강제 종료되기 때문에 민주당 단독(182명)으로 종결시킬 수 있어 야당이 법안 처리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또 이날 이도운 홍보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이태원 사건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됐기 때문에 제기된 의혹을 전부 다 수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 구정근 기자 / 박자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