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중앙] 살아난 반도체…삼성·하이닉스 신입·경력직 대규모 채용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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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경력직 대규모 채용 접수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세자릿수 규모의 채용을 시작했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4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신입과 경력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는 대규모 채용 공고를 그룹 채용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전체 채용 규모는 세자릿수다. 통상 반도체 기업들이 매년 4월과 9월에 채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7월 채용은 이례적이다.
경력 채용의 경우 반도체 유관 분야에서 2년 이상 경험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마케팅·전략기획 등 경영지원부터 테크 연구개발(R&D)·포토공정·디퓨전공정·SOC 설계 등 총 47개 분야에서 뽑는다. 채용시 서울·분당·이천·청주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9일까지 경력직 원서를 접수한다. 총 800여 개 직무에서 모집하며, 채용되면 화성·기흥·평택·천안·온양·수원 등에서 근무한다. 메모리사업부에서는 차세대 플래시 공정·소자 기술 개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솔루션 제품 컨트롤러 개발·검증,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제품 개발을, 시스템LSI사업부에서는 반도체 소자 개발 등을 담당할 2년 이상 경력 보유자를 모집한다. 파운드리 사업부에서도 선단 제품 공정 개발, 수율 분석을 담당할 인재를 뽑는다.
업황 반등에 인력 선점 경쟁
양대 반도체 기업이 동시에 7월 채용 공고를 대규모로 낸 것은 우수 인재를 선점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에서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7조7303억원의 적자를,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14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지만 올해 들어 ‘반도체의 봄’이 완연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34억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HBM으로 회복세가 빨랐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흑자 전환하며 체력을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AI메모리 수요 증가를 대비해 2028년까지 103조 투자 계획 발표했다. 지난 4월에는 청주에 새로 짓고 있는 팹(공장) M15X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해 HBM 생산기지로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미국에도 첨단(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할 예정이어서 엔지니어 등 인력이 대거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역시 지난 5월 전영현 부회장 체제로 전환된 후 인재를 뽑아 전열을 다듬을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5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증권가에서는 DS부문 영업이익을 4조~5조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에 대한 성과급도 지급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날 목표달성 장려금(TAI)을 최대 75%까지 지급하겠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부문별로는 메모리 사업부 75%, 시스템LSI 37.5%, 파운드리 사업부 37.5% 반도체연구소 75%로 책정됐다. 지난해 상반기엔 모든 사업부 TAI가 25%에 그쳤고, 하반기엔 일부 사업부의 성과급이 제로(0%)여서 직원들 불만이 커졌었다,
이번 채용으로 두 기업 간의 인재 이동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과거에는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경력직 이동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삼성→SK로의 이동도 늘어나는 추세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조직 문화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알려져 있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출퇴근 편의를 기준으로 이직하는 흐름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평택으로 발령나도 수원·동탄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출퇴근 교통체증이 심하기로 유명한 평택보다는 고속도로와 가까운 이천(SK하이닉스 공장)을 택하는 직원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두 대기업의 채용문이 활짝 열리며 중소·중견 반도체 기업들의 근심은 늘고 있다. 한 반도체 후공정업체 관계자는 “우리쪽에 들어와서 2~3년정도 경력을 쌓고 이제 일을 좀 배웠다 싶으면 금세 대기업으로 이직해버려 속상하다”며 “반도체 불황기에는 대기업 채용이 줄어 인력 유출이 적지만, 요즘같은 업턴(업황 반등) 시기에는 그야말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계속 다시 뽑아서 메꾸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