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 '총파업' 11일 만에 대화 물꼬 튼 삼성전자 노사…갈등 해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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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 5월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23일 기흥 나노파크서 교섭 재개 합의…"22일 궐기대회는 예정대로 진행"
삼성전자 최대 규모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사측이 파업 11일 만에 만나 대화를 재개했다. 이에 '강대강' 국면으로 대치하던 노사가 갈등을 딛고 임금교섭 합의점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경기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공식적인 교섭 재개에 앞선 만남이다. 이 자리에는 전삼노 측 손우목 위원장과 이현국 부위원장,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전대호 상무와 김형로 부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만남을 통해 양측은 오는 23일 기흥 나노파크 교섭장에서 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교섭 재개일과 장소는 각각 사측, 노조측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됐다. 전삼노는 노조 측 교섭위원으로 대의원 2인 추가 참석과 사측 교섭위원으로 결정 권한을 가진 경영진이 참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양측은 교섭위원을 5인 이내로 각각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사측은 전날 전삼노 측에 "파업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희망하며,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제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는 전삼노가 지난 16일 임금교섭 재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한 회신 성격이다.
당시 전삼노는 "진정성 있는 협상안을 들고 교섭에 다시 임해줄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며 "19일까지 임금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더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사측은 "'사측의 불성실한 임금교섭안', '회사의 거짓된 주장' 등 회사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상생의 노사관계 정립과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 보다 우선이라고 판단해 노사 대화 재개에 나서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전삼노는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성과급 인상률 2.1% 포함시 5.6%)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전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파업을 하는 목적은 교섭을 체결하기 위함"이라며 "노사 교섭이 진행돼야 파업 국면에 들어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삼노는 임금교섭 타결 전까지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는 22일 오전 10시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기로 한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전삼노는 '파업 차질'을 목표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핵심 사업장에서 집회를 벌여왔다.
그러나 집회 참여 인원은 연일 줄고 있다.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수천명(노조 추산 4000여명, 경찰 추산 3000여명)이던 참가자 수는 11일 집회에서는 350여명(노조 추산)으로, 12일 집회에서는 200여명(노조 추산)으로 감소했다. 이를 두곤 업계에선 반도체 업황 회복기에 따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내부 결속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 2분기 10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인 8조268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한편 이번 대화 재개로 삼성전자 노사가 갈등을 딛고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히 전삼노가 오는 8월 3일 대표 교섭권이 만료되는 만큼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교섭권 만료 전까지 임금 협상을 끝내지 못하면 다시 대표 교섭권이 정해지는 10월경에나 협상을 재개할 수 있어, 이 경우에는 임금 협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된 데다 대체 인력이 있어 생산 차질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실제 차질이 생기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며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고객사 요구에 부합하도록 맞춤 설계와 적기 생산이 핵심이지만, 파업 여파가 지속되면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노조와의 지속적 대화를 통해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립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용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