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변화 바란 당심, ‘이재명 맞수’로 한동훈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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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3일 신임 당대표로 한동훈 후보를 선출했다. 거대 야당에 맞서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닦을 새 리더십을 찾으려는 여권 지지층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후 103일 만에 당대표로 복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극복하면서 쇄신을 이끌고 소수 여당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중책을 안게 됐다.
한 후보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쳐 62.84%(32만702표)를 얻어 당대표로 선출됐다. 원희룡 후보가 18.85%(9만6177표), 나경원 후보가 14.58%(7만4419표), 윤상현 후보가 3.73%(1만9051표)로 뒤를 이었다. 한 후보가 과반을 득표해 결선은 열리지 않는다.
한 대표는 당심과 민심 모두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80% 반영되는 당원투표에서 62.69%, 20% 반영되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63.46%를 득표했다. 경쟁 후보들의 ‘배신자론’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등에도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조가 흔들리지 않았다.
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당원 동지와 국민 여러분들은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했다”며 “그 변화는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 미래를 위해 유능해지는 것, 외연 확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심 이기는 정치는 없다. 민심과 싸우면 안되고 한편이 돼야 한다”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으로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자”고 말했다. 그는 정호승 시인의 ‘폭풍’의 한 구절을 인용해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건 옳지 않다”며 “제가 새로 선출된 지도부와 함께 스스로 폭풍이 돼 여러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60%가 넘는 압도적 표를 민심과 당심이 줬는데 변화하라는 명령을 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충실히 따르겠다”며 “변화해야 이긴다”고 말했다. 또 “당정 관계를 생산적으로 하기 위해 대통령을 찾아뵙고 자주 소통할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심은 대통령과 다소 긴장관계를 갖더라도 한 대표에게 당권을 맡기면서 변화와 쇄신을 주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정일체 기조에서 벗어나야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의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맞수로 낙점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해부터 차기 대통령 지지율에서 이 전 대표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특수부 검사·법무부 장관 출신으로서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0년 동안 검찰과 내각에서 맺은 윤 대통령과의 상하 관계를 딛고 본인의 약속대로 수평적 당정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윤석열의 황태자’가 아니라 ‘정치인 한동훈’으로 홀로서기 해 108석의 정당을 이끌 리더십이 있는지 검증받게 됐다. 당장 윤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한 대표가 약속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자체 발의 성공 여부가 시험대로 꼽힌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 패배로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곧이어 열린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해 대표로 선출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국민의힘은 황교안·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다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원외 인사에게 당권을 맡겼다. 한 대표 선출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모두 ‘0선’ ‘검사’ 출신이 됐다.
최고위원에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득표순) 후보가 선출됐다. 청년최고위원으로는 진종오 후보가 뽑혔다. 한 후보 러닝메이트인 장·진 최고위원과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이 지도부 내에서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성명에서 한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며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돼온 윤석열 정부의 방탄 부대로 전락한 국민의힘이 국민 목소리에 귀를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자폭 전대’라는 우려가 쏟아질 정도의 치열한 경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으니, 예상되는 경선 후유증도 잘 극복하길 바란다”고 했다.
조미덥 기자 [email protected]
문광호 기자 [email protected]
민서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