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드러나는 이커머스 횡포…정산 두달 넘기고 소상공인은 6% 대출금리
컨텐츠 정보
- 458 조회
- 목록
본문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위메프·티몬의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이 드러나고 있다.
소상공인은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서비스를 팔아도 해당 소상공인은 길게는 두 달이 넘어서야 판매대금을 받았다. 돈이 융통되지 않는 '보릿고개'를 버티기 위해 연 6%의 높은 이자를 물고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쓰고 있던 것이다.
반대로 플랫폼은 두 달 이상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정기예금 등에 넣어만 둬도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이같은 비정상적 거래 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선(先)정산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곳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 정도다. 이 대출은 플랫폼 입점업체가 판매 증빙(매출채권) 등을 은행에 제시하고 먼저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난을 해결하다가, 플랫폼으로부터 실제로 판매대금을 받으면 은행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들 3개 은행이 지난해 1년간 취급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의 선정산 대출은 모두 1조2300억원이 넘었다. 올해 들어 상반기 취급액만 7500억원대에 이른다. 다만 수시로 이들 업체가 선정산 대출을 받고 갚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난해 말이나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700억원대 규모다. 선정산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은 최장 67일에 이르렀다.
해당 은행 선정산 대출을 이용하는 입점업체들에 적용된 각 플랫폼의 정산 주기 범위는 ▷쿠팡 30∼60일 ▷위메프 37∼67일 ▷G마켓 5∼10일 ▷무신사 10∼40일 ▷ SSG 10∼40일 수준이다.
선정산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는 현재 약 6% 안팎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은행이 매출 증빙을 참고하지만, 담보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거의 신용대출에 가까운 금리가 적용되는 실정이다. 건별 대출 기간은 두 달 정도다. 다만 판매 채널로서 플랫폼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출도 연중 반복되는 만큼 입점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자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플랫폼은 입점업체의 돈을 특별한 이유나 근거도 없이 두 달 동안 대신 굴려 이자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이번 위메프·티몬 사태처럼 모기업 지원 등 엉뚱한 곳에 지연된 정산대금이 쓰일 가능성까지 있다.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정산이 미뤄지면서, 선정산 대출을 받은 이들 플랫폼 입점업체는 당장 원금·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는 지난 25일 처음 두 플랫폼 관련 선정산 대출의 만기가 도래했고, SC제일은행에서도 앞서 이달 중순께부터 관련 선정산 대출의 미정산(미상환) 사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일단 은행권은 이들 선정산 대출 건을 바로 연체 처리하지 않고, 만기를 미뤄주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다. 이미 KB국민은행은 위메프·티몬과 거래하며 선정산 대출을 받고 만기를 맞은 업체들에 대출금 기한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등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도 26일 15개 국내은행 부행장을 불러 관련 선정산 대출 업체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이커머스 입점업체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는 3개 은행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은행, 은행연합회 등과 함께 29일 금융당국이 주재하는 위메프·티몬 피해업체 대책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입주업체뿐 아니라 계좌이체로 위메프·티몬에 대금을 지급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가령 우리은행의 경우 위메프·티몬과 체결한 지급보증 계약(티몬 10억원·위메프 20억원 한도)을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위메프·티몬의 모기업 큐텐그룹 전체에 대한 주요 금융그룹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미미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티몬의 글로벌 발행 교환사채를 대상으로 투자한 펀드(총 규모 1800억원)에 신한캐피탈이 150억원을 출자한 사례가 5대 금융그룹의 관련 익스포저로서는 거의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