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K-반도체만 키우냐” 이러다 중국에 역전될 수도…K-디스플레이 속앓이 [비즈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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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대 중국 구도의 ‘국가 대항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국내 정치권과 정부의 지원이 중국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의 급부상으로 국가전략기술 정책이 반도체에만 집중됐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하면서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세계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LCD보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선 아직 우리나라가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최근 OLED에서도 추격의 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은숙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30일 서울 송파구 디스플레이산업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실제로 무상 토지대여나 투자기구 조성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어 국내 기업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도 지난 3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술 격차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로 좁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이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을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보조금 같은 직접 지원 대신 세액공제에 집중하고 있다. 세액공제는 기업의 시설투자비나 연구개발비 중 일부를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에 적용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2027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12월 31일자로 사라질 위기였던 공제 혜택이 3년 연장된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3년은 짧다고 말한다. 정부안 대로라면 3년 뒤에 또 다시 세액공제 일몰연장 여부를 두고 논의를 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3년 뒤 투자 계획을 놓고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실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대규모 자산 투자부터 안정적인 생산까지 최소 3년에서 7년 이상 소요된다”며 “안정적인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5년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21대부터 22대에 이르기까지 국가전략기술의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대폭 늘리는 법안을 꾸준히 발의하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8일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서 2034년까지 10년 더 연장해 세액공제를 장기간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중장기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전략기술의 세액공제 기한 연장뿐만 아니라 공제율 상향 역시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다. 현재는 대기업의 경우 시설투자비의 15%, 연구개발비의 30%를 다시 돌려받고 있다.
여야는 이보다 세액공제율을 더 높인 개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일부 법안에서는 디스플레이가 그 대상에서 빠져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3일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세액공제율을 지금보다 10% 포인트 높인 시설투자 25%, 연구개발비 40%로 제시했다. 일몰 기한도 2034년으로 지금보다 10년 더 늘렸다.
다만 개정안은 적용 대상으로 ‘반도체 기술의 연구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시설’, ‘연구·인력개발비 중 반도체 분야와 관련된 기술’로 명시해 반도체에만 혜택을 한정했다.
산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육성 경쟁이 크게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산업에 대한 정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에 대해 “국가전략기술인 디스플레이도 반도체와 동일한 세액공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