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진숙 버티기'에 스텝 꼬인 민주당... "탄핵 역풍 맞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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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이 위원장 취임 하루 만이다. 방통위를 상대로만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이상인 전 직무대행(부위원장)에 이어 네 번째로 탄핵 카드를 꺼냈다.
다만 앞서 3명이 국회 '탄핵 표결' 전에 사퇴한 것과 달리 이 위원장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직무정지를 감수하고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번 갈등이 장기전으로 바뀌자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은 '역풍'을 우려하며 찜찜한 표정이다.
‘2인 체제’ 의결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태규 부위원장과 한국방송공사(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을 의결했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상임위원 5명 중 2명만으로 진행한 건 ‘재적 과반 찬성’으로 규정된 방송통신위원회법 위반이라는 게 야권의 논리다. 아울러 현 방문진 이사들이 제출한 이 위원장 기피신청을 스스로 각하한 점, MBC 간부 출신으로 방문진 이사진 임명에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도 강행한 점을 탄핵 사유로 꼽았다.
국회는 탄핵안 보고 후 24시간이 지난 2일 오후 본회의 표결에 나설 전망이다. 야권 의석수를 감안하면 통과에 문제가 없다. 가결될 경우 이 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되는데,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간 '식물 방통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의 최우선 임무인 KBS와 방문진 이사 선임을 이미 끝낸 만큼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일단 2일 예정된 방통위 현안질의를 그대로 진행하고 ‘언론장악 국정조사’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이 임명한 새 이사들의 임기가 시작되는 12일 이전에 국정조사를 시작해 여론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무리한 시도가 있을 경우 국민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당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 위원장이 직무정지인 상태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해 봐야 실효성이 떨어진다. 조사 대상 기관의 ‘증인’에서 빠져 별도로 증인 채택을 해야 하고, 탄핵 심판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사이 새로 꾸려진 방문진 이사진이 MBC 경영진을 교체해도 제동을 걸기 여의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직무정지를 핑계로 출석을 안 하려 할 수도 있다”며 “자격의 문제라기보다는 본인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탄핵 자체도 부담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당시 헌재 판결까지 7개월가량 걸렸는데,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그간 공백에 따른 책임의 화살이 탄핵을 추진한 야당으로 향했다. 반복되는 탄핵 추진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도 상당하다.
야권 일부는 대열에서 이탈했다. 개혁신당은 앞서 채 상병 특별검사법, 방송4법과 달리 이번 탄핵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열 수석대변인은 “임기 하루 만에 제출된 탄핵안에 헌재가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고, 오히려 이 위원장의 임명에 정당성만 부여해줄 수 있다”며 “강대강 대치로 업무 공백만 길어질 텐데, ‘개점휴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