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25만원 지원법' 국회 통과…정부 "일방처리 유감, 尹에 거부권 건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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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이른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국민의힘의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끝에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곧바로 수용 불가 입장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합동 브리핑을 열고 "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그간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25만원 지원법을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 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전날 오후 2시54분께부터 24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벌였으나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키고 표결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25만원 지원법'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것으로 민주당의 22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전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물가, 고금리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해 생계 안정을 꾀하고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 편성권 침해와 재정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25만원 지원법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우선 법안이 시행되면 지원금 지급을 위해 재정 당국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수순을 밟아야 한다.
법안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돼있고, 시행일에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조제4항). 이에 따라 정부는 법안 공포 후 3개월 안에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에 따르면 1인당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12조8000억원에서 17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예산 편성권은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고유 권한인데, 25만원 지원법이 사실상 기재부의 추경 편성을 강제하고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민 장관은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을 침해하고 국회가 예산의 편성과 집행 기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등 삼권분립의 본질을 형해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수 부족 상황에서 지원금 지급으로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점도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다.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누계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조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지난해와 똑같이 세금이 걷히더라도 올해 세입목표 대비 33조1000억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라살림의 기반이 되는 세수가 33조원 가량 모자란 상황에서 13조원의 추가 재원을 국고에서 끌어다써야 하는 상황이 정부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지난해 정부는 세수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환율 안정에 사용되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20조원 가량을 끌어오기도 했다.
집행상 어려움과 부정 유통 문제도 호소한다.
이 장관은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 중인 국민은 약 1000만명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국민이 지원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카드나 지류 형태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스스로 일일이 신청하고 발급 받아야 하는데, 디지털에 취약한 분들이 온라인 신청에 어려움을 겪거나 주민센터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도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대량의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상품권 가맹점 분포 또한 지역마다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면 4개월 동안 13조원 규모의 상품권이 소비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카드 또는 종이 형태로 지급하는 지역사랑상품권 특성상 3개월 내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하지 않아 실제 지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부정 유통하거나 수취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점도 정부가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행안부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자체 190곳을 대상으로 부정유통 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141건을 적발했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중 물품을 팔거나 용역을 제공하지 않고도 상품권을 받거나 환전하는 소위 '깡'이 56건(39.7%) 발생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또 법안 취지와 달리 현금성 지원이 추가 소비를 창출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 장관은 "일률적인 현금성 지원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현 상황에서는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법안이 국회로부터 이송되는 대로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성소의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