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美침체·AI거품·엔캐리…亞증시 도미노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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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셀'(공황 매도)이다. 미국 경기침체, 빅테크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일파만파 퍼지며 아시아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특히 일본 엔화값이 최근 급등세를 타자 사상 최대 규모로 쌓였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까지 더해지며 낙폭을 키웠다. 엔캐리 자금은 그동안 137조엔(약 1325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5일 한국 금융시장 투자 심리 냉각에는 최근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촉발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도 한몫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실제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하루 만에 5엔가량 뛰며 141엔대가 됐다.
매일경제가 일본은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외국은행 일본 지점이 본점으로 송금한 자금은 137조5397억엔(약 1325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로 늘었다. 엔화값 급등에 지금까지 막대하게 쌓인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가 요동친 것은 미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있지만,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현실화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코스피는 234.64포인트(-8.77%) 급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11.3% 하락해 700선(691.28)을 내줬다. 두 시장을 합쳐 이날 하루에만 235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8% 넘게 폭락하자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5개월 만에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오후 미국 증시 선물시장에선 나스닥 선물이 5% 하락하자 서둘러 매도하려는 주문이 몰리면서 주간거래 주식매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반면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초강세를 보였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33%포인트 내린 연 2.806%에 장을 마쳤다.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98%포인트 내린 연 2.878%로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451.28(-12.4%)로 사상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오사카 증권거래소 토픽스 선물거래에서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가 등장했다. 중화권 증시에선 미국 반도체지수와 밀접한 대만 자취엔지수가 8.3% 급락하며 2만선(1만9830)이 무너졌다. 역대 최대 일일 하락폭이다.
올해 이후 인공지능(AI)·기술주 투자 열풍에 시총 상위에 반도체주가 대거 포진해 있는 한국, 일본, 대만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집중됐는데, 이 같은 AI 랠리가 식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고개를 들며 이를 한꺼번에 되돌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불안 심리가 확산되며 변동성이 큰 아시아 신흥국 주식을 먼저 정리하려는 패시브 자금(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유출이 있었다"며 "단기 조정이 마무리되면 횡보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침체나 AI 주가 하락을 감안해도 이날 주가가 코로나19 위기 수준으로 반응한 것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김정환 기자 / 안갑성 기자 / 김제림 기자]
김정환 기자([email protected]), 안갑성 기자([email protected]), 김제림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