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野 ‘통신조회 영장주의’ 도입 추진 … 與도 “통제 필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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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 언론인 등의 통신 이용자 정보 자료를 대거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인 가운데 국회가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절차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야당이 통신조회 전 법원 허가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 추진 뜻을 밝힌 가운데 여당에서도 수사기관의 통신조회에 대해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7일 SBS 라디오에서 “검찰이 (통신조회) 제도를 악용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의 영장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신조회도 건너 건너서 계속 털 수 있도록 놔두니깐 지금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소 10만명 이상 개인정보가 검찰에 들어갔다고 본다”며 “통신조회로 연결되는 걸 끊어야 한다. 그건 법원에 의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균택 의원이 통신조회 시 법원 영장을 받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나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전기통신사업은 수사기관 등이 수사를 위해 통신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해지일 등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법원 영장 절차 외에도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사실 통지 내용에 ‘조회 사유’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수사기관이) ‘통신조회가 있었다’고만 문자를 보내는데, ‘어떠한 사실로 통신조회를 했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문자를 보내도록 (21대 국회 때) 저희가 개정안을 냈는데 법사위에서 그게 통과가 안 됐다”며 “22대 때는 그것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수사기관 통신조회 절차 강화에 대해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사위 소속이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장동혁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야당 공세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통신정보 조회에 법원 영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래야 이런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인 권영세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야당이 검찰의 통신조회를) 불법사찰이라고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게 어느 정권이든, 검찰 혹은 다른 수사기관들이 좀 과하게 통신조회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법원에 의한 통제, 영장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런 제도 개선 논의와 함께 검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이번 통신조회가) 어떠한 범죄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과 연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행된 무차별적 통신사찰이자 정치사찰이며, 민간인을 가리지 않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조회 대부분이 검찰의 ‘대선 개입 여론조사 의혹’ 수사와 관련한 것이다.
위원회는 올 1월 통신조회 이후 한참 지난 최근에야 조회 사실을 통보한 데 대해서도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통지 유예에 대해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대체 어떤 사유로 통지를 6개월이나 유예했냐”며 “통지를 유예한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후 당사자에게 30일 이내 사후 통지를 해야 한다. 다만 증거인멸 우려 등 사유가 있을 경우 통지를 유예할 수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4·10 총선을 고려해 통신조회 사실 통지를 일부러 늦췄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승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