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유족들 모르게 조문 '사양'한 권익위... 유족 원하는 것은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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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52) 국가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직무대행)의 빈소가 차려진 세종충남대병원 장례식장은 9일 침통한 분위기 속에 권익위 직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직원들 대부분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고 서둘러 조문을 하고 돌아갔다.
권익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인 강준현·김남근·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의원들은 당초 유족들이 정치권의 조문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고민하다가 유족들의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조문을 왔다. 의원들은 "권익위 측에서 유족 요청에 따라 정치인 등의 조문을 사양한다고 했는데, 정작 유족은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유족이 '조문을 온다는 걸 왜 막느냐'고 권익위 측에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라며 "일단 장례를 치른 뒤 권익위의 진상조사를 지켜보고 유족들과 상의해 필요한 게 있다면 국회 차원에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상주인 부인의 의견을 듣고 공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사건의 부패방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권익위 결정과정에 대해 고인이 심적 부담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권익위 안팎에서 나오는 가운데 유족들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국장의 한 친척(76)은 한국일보와 만나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답답하다"며 "사람이 (스스로) 죽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냐"고 눈물을 훔쳤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희생된 것 같다"며 "언젠가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이 자필로 남긴 두 줄짜리 유서에도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심신이 괴롭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숨진 김 국장과 연락해왔다는 한 지인(56)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6월 초에 김 국장과 통화했는데,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위에서) 너무 그렇게 밀어붙이면 안 된다. 그것은 저는 물론이고, 권익위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각과 다르다. 그래서 양심에 걸리고 정말 송구스럽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정도로 (괴로움이) 심할 줄 알았다면 더 얘기했을 텐데 정말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6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행위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당시 정승윤 부패방지부위원장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데다 유족 요청으로 부검은 물론, 포렌식 수사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사망 사건을 곧 종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최두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