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숨지는 등 총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 호텔 화재사고 현장에서 20대 여성이 대학 실습 때 배운 지식을 활용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인근 병원에 실습 온 타 지역 간호학과 학생

사고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A씨와 가족에 따르면 A씨는 불이 난 지난 22일 오후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호텔 객실 810호에 인접한 806호 객실에 있었다. 지방 소재 한 대학 간호학과 학생인 A씨는 병원 실습을 위해서 부천으로 왔다고 한다.

A씨는 취재진에게 “‘화재가 발생했다’는 경보 소리가 들려 불이 난 걸 알게 됐다”며 “방문을 열어보니 복도 전체가 회색 연기로 가득 차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황급히 방으로 돌아가 창문을 열었지만, 연기가 밑에서부터 올라왔다고 전했다. A씨는 “밑에서 불이 난 걸 알았으니 내려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A씨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수건으로 입을 막으면서 샤워기 물을 틀어 머리 쪽에 댔다고 한다. A씨 모친은 “딸이 간호학과 수업 등을 통해서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열기가 올라오면서 탈출이 어려웠다. A씨는 결국 기절했지만 화재 이후 수색에 나선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A씨로부터 연락을 받은 가족이 호텔과 인접 학원 등으로 쉴 새 없이 연락해 A씨가 여전히 방에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면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A씨의 대처 방법에 대해 “열기와 연기를 조금이나마 차단하는 효과는 있었을 것”이라며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유독가스로부터 일시적으로 피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최선의 대피 방법은 아니지만 밖이 연기로 가득 찬 상황이라면 전화로 구조 요청을 하면서 잠시 화장실로 몸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호텔은 스프링클러가 전 층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법 개정 전인 2003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 오후 화마(火魔)에 휩싸여 숨진 7명의 유족은 각각 부천 성모병원‧순천향병원 등으로 황급히 모였다. 한 병원에서 만난 사망자 B씨의 유족은 “사고 당시 (소방에서) 사다리차를 신속하게 동원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오열했다.

신혜연‧이영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