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경찰, 성범죄 방조 텔레그램 법인 내사…피의자 24명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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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을 중심으로 불법합성(딥페이크) 성범죄가 횡행하는 가운데 경찰이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성범죄 방조 혐의로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범죄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상대로 경찰이 조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서울청에서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며 “프랑스에서 텔레그램 개발자를 체포했는데, 프랑스 수사당국이나 각종 국제기구 등을 통해 텔레그램 수사를 공조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텔레그램의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공항에서 프랑스 사법당국에 체포된 바 있다. 텔레그램을 이용한 아동성범죄물 유포나 인신매매 등 범죄를 방치한 혐의다.
경찰은 ‘딥페이크봇’을 만든 제작자 역시 입건 대상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딥페이크 합성물을 생산하는 텔레그램 방 8곳에 대해 내사 중이다.
다만 여군을 대상으로 한 불법합성 성범죄물 공유 대화방은 언론 보도 이후 방이 사라지면서, 경찰은 수사 단서를 놓친 상황이다. 우 본부장은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여군 딥페이크 텔레그램방은 당일 소멸했고, 수사 단서를 조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텔레그램 불법합성 성범죄가 언론 보도로 드러나면서 전국적으로 관련 피해 신고도 급증했다. 지난달 26∼29일 나흘 만에 불법합성 관련 피해 신고는 총 88건이 접수됐고, 특정된 피의자는 24명이다.올해 1∼7월에 접수된 피해 신고가 297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우 본부장은 “지금 미투 운동처럼 (피해자들이) 이게 범죄가 된다는 점을 인지해서, 예전 같으면 넘어갈 암수범죄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 아닌가 추측한다”며 “가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해서 신고하는 사건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적극적인 수사를 위해 위장수사 범위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금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에만 경찰의 위장수사가 가능하며, 신분비공개 위장수사는 상급 경찰관서장 사전승인이 필수다.
우 본부장은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대상이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도 많은데도 그건 위장수사가 불가능하고, 수사는 적시성이 중요한데 반드시 사전승인을 거치게 하고 있다”며 “위장수사는 성인(대상 범죄)까지 확대가 필요하고, 신분비공개 위장수사도 긴박할 때는 사후승인도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