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점점 더 옥죄네… 집 있으면 주담대·전세대출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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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압박에 은행권 대출 규제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자 은행들이 경쟁하듯 새로운 규제 강화책을 내놓는 형국이다. 우리은행은 주택 소유자의 수도권 대출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력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소유한 경우 수도권 주택 구입용 대출을 중단한다고 1일 밝혔다.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초점을 맞춰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단 이사 시기 불일치 등으로 인한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인 경우엔 유주택자여도 대출을 허용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도 모든 세대원이 무주택자인 경우에만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전세를 연장하는 경우나 8일 이전에 전세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유주택자에게도 대출을 허용한다.
수도권 지역 주택 구입에 대한 유주택자 대출 중단은 은행권 최초로 알려졌다. ‘영끌 광풍’이 불었던 2020~2021년에도 없던 초강수다. 당시 정부는 주택 수에 따른 담보대출인정비율(LTV) 조정으로 관리를 했는데 우리은행은 이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또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은 조치다. 만기가 짧아지면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커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오는 2일부터 주택을 담보로 받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도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이 밖에도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를 조건으로 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제한, 대출모집 법인에 대한 월별 취급 한도 제한 등 가계대출 억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우리은행의 규제 초강수는 최근 금융 당국의 압박과 무관치 않다. 현재 은행권은 지난 2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쉬운 금리 인상’ 질책에 경쟁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 규제를 내놓고 있다. 금융 당국의 ‘더 센 개입’ 발언 뒤 한 주간 4대 시중 은행이 내놓은 굵직한 규제만 5개가 넘는다.
문제는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을 막기 위해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하면서 전세 매물 자체가 줄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나올 수 있는 규제는 다 나온 거 같다. 더 쓸 카드도 없다”며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걸 대비해 실수요자에 피해가 없는 선에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