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공사를 위해 옥상 바닥을 깼는데 여성 다리가…”

경남 거제시 4층짜리 한 원룸 건물 옥탑방에서 여성 시신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8월 30일입니다. 건물에 누수가 있어 방수업자가 공사를 위해 바닥을 깼다가 발견했습니다.

여성의 시신은 가로 43cm 세로 70cm 높이 27cm 여행용 가방에 담겨 있었습니다. 가방 주위로 벽돌을 쌓고 그 위에 시멘트로 마감됐습니다.

시신은 약간 부패가 진행됐지만 지문이 남아 있을 정도로 보존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지문과 가족 DNA 대조 결과 16년 전 실종된 여성(당시 30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부검결과 얼굴과 머리를 둔기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경찰은 여성이 실종되기 직전 함께 살던 58살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지난 19일 경남 양산에서 검거했습니다. 남성은 검거 당시 마약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은 나이트 디제이 출신입니다. 부산에서 여성과 나이트에서 만나 2004년부터 경남 거제에서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말다툼 중 2008년 10월 10일 오후 2시쯤 둔기로 여성의 얼굴과 머리를 때려 살해했습니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4층 옥탑방 창문 넘어 작은 공간으로 옮긴 후 주위에 벽돌 쌓고 그 위에 시멘트로 마감했습니다.

당시 해당 건물은 4층으로 주변 다른 건물보다 높았습니다. 한낮에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창문으로 밀어 넣고 바닥에 묻었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집주인에게는 누수 공사를 했다고 둘러댔고 집주인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여성은 평소 가족과 연락을 잘 하지 않았고 숨진 지 3년 뒤 2011년 실종 신고됐습니다. 당시 남성은 용의 선상에 있었습니다. 참고인 조사에선 “여성이 싸운 뒤 집을 나갔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숨진 지 3년 지나 신고돼 CCTV나 휴대전화 기록 등 단서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은 수사를 이어 가지 못했고 여성은 실종상태로 남았습니다.

남성은 이후 8년간 그 집에 계속 살았습니다. 마약 투약혐의로 2016년 구속됐고, 1년 뒤 출소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7년인 '사체 은닉' 혐의는 제외하고 '살인' 혐의만 적용해 남성을 지난 21일 구속했습니다.

배승주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