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최원목 칼럼] 트럼프 2.0시대 통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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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길까. 접전이지만, 미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중부와 남부 제조업지대 7개 주 표심은 이미 트럼프 후보 쪽으로 기울어 버렸다. 제조업 보호를 위한 해리스 후보의 공약은 대부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이고, 바이든의 정책은 그 이전 트럼프 정부 정책을 그대로 유지시킨 것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 후보의 공약은 제조업 보호정책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7개 주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이익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보호해주는 후보와 남의 정책을 모방하는 수준에 머무는 후보 중 누굴 지지할지는 자명하다. 우리는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후보는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는 보편관세 10% 포인트에 더해, 국가별로 상호관세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호관세는 미국과 교역하는 나라가 무역흑자를 많이 보면서도 미국에 비해 높은 관세를 유지한다면 상호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그 관세율 차이를 상쇄시키는 정도의 추가관세를 부과한다는 개념이다.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라고 공언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상호관세 도입 가능성은 높다.
과잉공급에 대한 규제도 본격화될 것이다. 대미 수출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품목을 대상으로 예년 평균 수출 물량의 70% 선에서 쿼터를 설정해 수입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전자제품, 반도체, 밧데리, 에너지, 선박산업이 이런 과잉공급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중국과는 '경제 분리'(decoupling)를 위해 최소 60%의 대중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 등 주요 제품은 수입 자체를 금지시켜 버릴 것이다. 제3국이 중국산 소재나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한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형태의 교역에 대해서도 대중 보복관세 개념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이런 보편관세, 상호관세, 대중관세, 과잉공급 규제라는 사면초가에 한국경제가 내몰릴 수 있다.
우리 기업은 3대 다변화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대미 무역흑자폭의 다변화, 자원 수입선의 다변화, 그리고 대외투자의 다변화가 그것이다. 한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지나치게 많이 보지 않도록 다른 나라로의 수출로 대체해나가야 한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한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상호관세와 과잉공급 규제를 당할 가능성도 계산해야 한다.
이런 해외 투자처별 우리 기업의 투자 액수나 현지생산 및 수출 물량을 적절히 배분해 대미교역에서의 위험 요소를 전세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런 기업의 대응노력을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의 노력이 마치 정부의 역할이나 업적인양 포장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선전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주된 역할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트럼프 2.0 시대에 우리가 근본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배를 타야 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 어차피 방위비 분담액 10배 증액 등의 압력을 받을 바에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로 한국이 USMCA에 가입해 캐나다와 동등한 대우를 한국 경제가 누릴 수 있도록 미국측에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KORUSMCA' 체제를 구축해 트럼프 2.0시대의 빗발치는 미국발 무역보복의 화살을 피해 나가야 한다.
중국의 반발을 피해가기 위해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과 중국이 동시 가입하는 걸 추진해야 한다. 태평양 쪽으론 북미지역과 경제통상 동맹체제를 구축하고, 대륙 쪽으론 동북아 통상연합체를 형성하는 두 가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차피 허리케인과 태풍이 교대로 휘몰아치는 대양에선 하나의 닻으론 부족하다. 양쪽에 닻을 내려 균형을 잡아 나가는게 상책이다. 우리 정부의 역할은 바로 이런 두 가지 균형추를 마련하는 데 있다. 기업 주도 3대 다변화 조치와 정부 주도 2개 균형추 조치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때 한국호는 다가오는 거대 풍랑의 바다를 항해해 나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정부부터 쇄신해야 한다. 의료 개혁이 급한 게 아니고 대외통상이 급하다. 국민들의 마음을 추스릴 수 있도록 정권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USMCA·CPTPP 동시 가입을 위한 대내적 준비와 홍보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이런 비전과 능력을 갖춘 진정한 리더를 한국경제는 절실히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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