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공동주택용지 연체대금 1조5천억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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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한 공동주택용지의 분양대금 연체금액이 1조5천억원을 넘어섰다.
미매각 토지 규모도 2조원에 육박하는 등 LH의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부실사업장 인수 등 공적기능 확대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LH 토지 연체금액 반년 만에 5천억원 더 늘어…업계 "PF 이자 내느니 연체"
23일 LH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건설사의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전체 45개 필지, 약 1조5천1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H 공동주택용지 연체대금은 지난해 7월 초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반년 만에 또다시 연체 규모가 5천억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LH 공동주택용지 연체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1년 전인 2022년 말 7천492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이다.
공동주택용지 대금 연체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분양 경기가 악화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설사들의 금융권 자금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신규 사업 추진을 중단한 곳이 많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LH 연체이자가 연 8.5% 수준인데 PF 브릿지론 이자는 연 12%를 넘어가고, 본 PF 전환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가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높은 PF 이자를 내고 무리해서 자금조달을 하느니 차라리 LH 택지대금을 연체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지별로는 파주 운정지구의 경우 연체규모가 7개 필지, 약 5천439억원에 달한다.
전체 연체금액의 3분의 1이 넘는 것으로 남북관계 경색 등에 따라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단일 택지지구에서 최대 규모의 연체가 발생했다.
특히 인기 택지로 분류되는 성남 복정1지구의 2개 필지도 2천962억원이 미납됐고 인천 검단·영종·청라 등 인천지역은 11개 필지에서 2천253억원, 화성 동탄2지구는 5개 필지에서 1천758억원이 각각 연체되는 등 수도권 요지의 택지에서도 줄줄이 대규모 연체가 발생했다.
연체 규모가 커지면서 공동주택용지 신규 판매도 부진하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로 분양에 들어간 공동주택 63개 필지 가운데 20%가 넘는 13개 필지가 팔리지 못했다.
화성 동탄2 연립주택 부지는 물론 인천영종과 고양창릉 등 일반 아파트 분양용지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기준 미매각 용지는 총 32개 필지로 늘었고 미매각 대금도 총 1조9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해 LH와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했지만 아직까지 전매 실적은 한 건도 없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공공택지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로 인기가 높은데 최근 대금 연체와 미분양이 늘고 있다는 것은 주택공급 측면에서도 적신호"라며 "LH의 자금부담 증가는 물론 공공택지 내 민영 아파트 분양도 한동안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LH 공적 기능 확대에 부채 증가 우려…전문가 "정부 대책 필요"
이처럼 택지 연체 규모가 커지고 미매각 토지가 늘어나면서 LH의 공적업무 추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과 연초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등에서 3기 신도시 건설과 5년 내 '주택 270만가구+α' 건설 등 기존 LH의 핵심 업무 외에도 LH의 공적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을 위해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건설사의 사업부지를 LH가 매입해 직접 시행 또는 매각하도록 하고, 3기 신도시 주택 조기 착공 및 공공투자 조기집행 등을 주문했다.
막대한 LH의 자금 투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그동안 경매 우선매수권 양도 시에만 진행하던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매입을 감정가 수준에서 임대인, 채권자 등과 협의 매수하도록 하는 등 공적 역할을 강화했다.
불과 한달 전 원희룡 전 장관이 이끈 국토교통부는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책임을 물어 LH의 전관 카르텔을 깨고 체질 개선을 하겠다며 'LH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LH 힘 빼기에 주력했다.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LH의 공공공사 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 등으로 넘기고, LH 고유의 업무인 공공주택건설도 일부 민간에 넘겨 상호 경쟁으로 LH도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시키겠다며 엄포를 놨다.
그러나 혁신안 발표 후 보름이 채 못가 LH 사장 출신인 박상우 장관이 임명된 직후 기류가 급변했다.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LH를 '구원투수'로 투입하는 등 공적 역할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LH가 이러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공사채 발행이 필수여서 LH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LH는 2020년 이른바 'LH 땅 투기 사태' 이후 2∼3년간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 작년 상반기 기준 LH의 부채비율을 219.8%로 줄여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 말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부채비율을 반드시 20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PF 부실사업장 인수 등 공적기능 수행을 위해서는 부채 증가가 수반된다.
LH는 지난해 3기 신도시 보상 등을 위해 약 11조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채권 발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LH가 공적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H 사정에 정통한 한 대학교수는 "LH가 평시에도 자체사업을 위해 연 35조∼40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지난해 택지 중도금이 연체되고 미매각 토지가 누적되면서 자금 사정이 매우 안 좋아진 상태"라며 "LH가 부실사업장을 직접 인수할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 때처럼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와 연계해 LH가 미분양 매입확약만 해줘도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이 가능할 텐데 그때보다 더 어려운 책임을 LH에 지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LH가 늘어난 공적업무의 책임을 다하려면 공사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부채비율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대규모 사업이 많은 LH 업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재무위험기관에서 제외하는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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