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배신자 나가' 국힘에 "총 겨누든 말든 제자리만…몰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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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책임론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찬성을 주도한 한동훈 대표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당을 나가라거나 배신자라며 책임을 떠넘겨 논란이다.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으로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 엄정한 책임추궁 없이 탄핵 찬성을 한 행위에만 문제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위병이냐", "민주정당 맞느냐", "계엄 때 어디 있었느냐", "국민과 국회에 총을 겨누든 말든 자리 지키는 이들의 무책임과 몰염치를 참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 시절로 되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오전 사퇴했다. 최고위원 5명이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된 것이 직접적인 이유이나, 근본적으로는 당내 거센 반발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대통령이 탄핵 가결이 됐는데, 여당 대표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 대표에게는 '배신자' '나가라' '정치생명은 끝났다' 등의 폭언이 이어졌고, 일부 의원들에게는 '찬반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저녁 <[단독] "한 명씩 일어나 탄핵 찬반 밝혀라"···국힘, 가결 직후 의총서 색출 시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의총)에서 '한 명씩 일어나 찬반, 기권 등을 밝히자'는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어제 의총에서 한명씩 일어나 찬성을 했는지 반대를 했는지 가부나 기권을 다 얘기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정유미 SBS 앵커가 15일 저녁 8뉴스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비공개 의총을 두고 친한계 의원이 마치 인민재판 같았다고 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영상 갈무리
▲정유미 SBS 앵커가 15일 저녁 8뉴스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비공개 의총을 두고 친한계 의원이 마치 인민재판 같았다고 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8뉴스 영상 갈무리
정유미 SBS 앵커도 15일 '8뉴스' <"인민재판 같았다"…한동훈 사퇴요구 봇물> 앵커멘트에서 "탄핵안 가결 직후 열렸던 의원총회를 두고 한동훈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인민재판 같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SBS는 리포트에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내보낸 뒤 나머지 90여 명끼리만 당을 이끌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 친한계 의원은 '찬성표 던진 사람을 솎아내는 인민재판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공개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그런 이기주의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썼고, 유영하 의원은 14일 밤 "쥐새끼마냥 아무 말 없이 당론을 따를 것처럼 해놓고 그렇게 뒤통수치면 영원히 감쳐질 줄 알았나? 두고 봐라. 머지않아 더럽고 치졸한 당신들 이름은 밝혀질 것이고 밝혀져야만 한다"고 감정적 언사를 내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훈 등장이 불행의 시작"이라고 썼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15일 "(한 대표) 소원대로 탄핵 소추 되었으니 그만 사라지거라", "계속 버티면 추함만 더할뿐 끌려 나가게 될거다. 레밍들도 데리고 나가라. 이 당에 있어본들 민주당 세작(細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친한계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그나마 버텨온 것은 비상계엄 때 한동훈 대표가 즉각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18명의 의원들과 국회에 들어가서 반대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이라며 "그때 우리가 전부 다 당사에 모여 있고, 야당 의원만으로 계엄해제 표결을 했다면 우리 당은 존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제 지나고 나니, 물에 빠진 사람 건져내니까 보따리도 달라고 하듯 한동훈 대표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데, 그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그 탄핵 당일 어디에 계셨느냐, 어떤 입장이셨느냐"고 비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비공개 의총장에서 친윤계 의원을 색출하고 제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는 지적에 홍위병이냐며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비공개 의총장에서 친윤계 의원을 색출하고 제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는 지적에 홍위병이냐며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SBS 정치쇼 영상 갈무리
의총에서 탄핵 찬반을 밝히라고 했다는 경향신문 보도에 김 위원은 "사실로 안다"며 "무슨 자유당 시절이냐. 2024년에 의원들에게 일어나서 밝혀라, 손 들라 얘기했던 분들은 분명히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그 행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지금 국민의힘 상황을 두고 "2017년, 2018년 자유한국당 정도로 지금 퇴행했다고 본다"며 "극우 유튜버들이나 태극기 부대가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그 영향을 받는 당으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동훈 대표가 사퇴하기까지 '배신자', '이기주의자' 등의 비난을 가하고 찬성 투표 의원을 색출하려한 당내 주요 의원들을 두고 "배신자 탓 전에 비상계엄과 탄핵 상황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찬성 표를 던진 이들을 색출하려 하고 제명과 탈당을 요구하다니 이게 민주주의 정당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국민과 국회에 총을 겨누든 말든 내 자리 지키는 게 전부인 국회의원들의 무책임과 몰염치를 참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애초에 정치를 전혀 모르고 무모하게 수사하던 검사 출신의 무자격자를 '반 문재인 정서를 자극할 최적의 후보'라는 이유로 대선 후보로 내세운 것 자체가 정당의 실패를 보여준다"며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한 인물의 탄생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가 주류가 되고 권력을 잡는 것은 막을 수 있어야 시스템이 정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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