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재투자라도 설명안하면 문제"…'껍데기'만 지켜진 금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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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금소법으로 바라본 ELS 사태②잊힌 '금융소비자권익증진' 취지
"형식적으로, 절차적으로 많은 것들을 준비해 왔는데 실질에 있어서는 금융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서 소비자, 고객을 생각한 것인지, 당장 수수료만 급급했는지 반성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이렇게 진단했다. 2019년 해외 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이후 금융소비자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금융소비자호보법(금소법)이 제정됐지만 형식과 절차에 치우쳐 실질을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 원장은 '소비자 권익 증진'이란 금소법 1조의 취지, '실질'을 살려야 한다고 본 셈이다.
"녹취, 숙려기간, 청약철회까지 절차 다 지켰다" VS "10년 손실만 반영, 2016년 지수급락 설명 안하면 문제"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ELS 불완전판매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명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금융회사는 소비자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판매액의 최대 절반(50%)까지 과징금을 내야 한다. 금소법 19조에서는 홍콩 ELS처럼 투자성 상품의 경우 내용, 위험, 위험등급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 법 시행령 13조3항에서 '알려야 할 위험등급'으로는 △기초자산의 변동성 △신용등급 △금융상품 구조의 복잡성 △최대 원금 손실 가능금액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은행들은 강화된 금소법에 따라 ELS 판매시 모든 고객을 상대로 판매과정을 녹취했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투자자는 투자성향분석 과정까지 포함해 전체 판매과정을 녹취했다고 설명한다.
가입상품의 위험등급과 원금손실가능성, 핵심투자위험 등 상품 주요 내용의 이해 여부를 고객이 직접 자필기재 또는 녹취해 확인했고, 숙려기간 2영업일 이후 고객의 최종 가입 의사를 재확인했다. 7일간의 청약 철회 기간을 추가 부여해 가입의사 변경시 취소도 가능했다. 이런 형식과 절차를 잘 지켰기 때문에 전체 가입자의 91.4%에 달하는 재투자자들이 "상품을 잘 모르고 가입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는 게 은행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재투자자라고 해도 첫 투자시 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콩 H지수는 2015년 5월 1만4800선이었으나 이듬해 2월 7500선으로 하락했다. 반년만에 지수가 반토막이 나면서 금융당국도 'ELS 상황 점검반'을 꾸릴 정도로 당시 긴박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2018년 1만2000선을 회복해 원금손실 없이 상환 됐다. 2021년 홍콩ELS에 재투자한 사람이 2018년 첫 투자 당시 이같은 손실위험성을 제대로 듣고 가입을 했는지가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과 관련해서도 과거 10년치를 기준으로 했는지, 20년을 기준으로 했는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0년간의 주가 변동을 기준으로 했다면 과거 손실률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 원장의 지적이었다.
실제 A 은행은 1998~2018년 동안 약 20년을 기준으로 손실 확률을 계산한 반면 B 은행은 과거 10년치만을 참고해 손실률을 일부러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소법 17조 적합성 원칙도 논쟁이 될 수 있다. 금융회사는 해당 상품이 투자에게 적합한지 소비자의 취득 또는 처분 목적, 재산상황, 취득 또는 처분 경험을 감안해 판매해야 한다.
금감원은 현장검사에서 3~5년 후 노후자금이 필요한 고령자에게 원금보장이 안 되는 상품을 권유한 사실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홍콩 ELS 가입자의 30.5%는 65세 이상 고령자다. 암 치료를 위해 당장 치료비가 필요한 고객에게 수령한 암보험금을 ELS에 투자하라고 권유한 사례도 나왔다. 소비자의 취득 목적이나 재산상황 등에 맞지 않는 판매로 적합성 원칙을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편집자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3년만에 수조원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가 터졌다. 금소법의 형식과 절차만 강조하다보니 금융회사는 소비자 권익증진이란 근본 정신을 잊었다. 금융상품을 올바르게 선택해야 하는 '자기책임 원칙'을 인식 못한 소비자도 '비싼 수업료'를 내야할 처지가 됐다. '껍데기'만 지켜진 금소법으로 ELS 사태를 바라봤다.
"형식적으로, 절차적으로 많은 것들을 준비해 왔는데 실질에 있어서는 금융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서 소비자, 고객을 생각한 것인지, 당장 수수료만 급급했는지 반성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이렇게 진단했다. 2019년 해외 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이후 금융소비자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금융소비자호보법(금소법)이 제정됐지만 형식과 절차에 치우쳐 실질을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 원장은 '소비자 권익 증진'이란 금소법 1조의 취지, '실질'을 살려야 한다고 본 셈이다.
은행들은 강화된 금소법에 따라 ELS 판매시 모든 고객을 상대로 판매과정을 녹취했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투자자는 투자성향분석 과정까지 포함해 전체 판매과정을 녹취했다고 설명한다.
가입상품의 위험등급과 원금손실가능성, 핵심투자위험 등 상품 주요 내용의 이해 여부를 고객이 직접 자필기재 또는 녹취해 확인했고, 숙려기간 2영업일 이후 고객의 최종 가입 의사를 재확인했다. 7일간의 청약 철회 기간을 추가 부여해 가입의사 변경시 취소도 가능했다. 이런 형식과 절차를 잘 지켰기 때문에 전체 가입자의 91.4%에 달하는 재투자자들이 "상품을 잘 모르고 가입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는 게 은행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재투자자라고 해도 첫 투자시 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콩 H지수는 2015년 5월 1만4800선이었으나 이듬해 2월 7500선으로 하락했다. 반년만에 지수가 반토막이 나면서 금융당국도 'ELS 상황 점검반'을 꾸릴 정도로 당시 긴박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2018년 1만2000선을 회복해 원금손실 없이 상환 됐다. 2021년 홍콩ELS에 재투자한 사람이 2018년 첫 투자 당시 이같은 손실위험성을 제대로 듣고 가입을 했는지가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과 관련해서도 과거 10년치를 기준으로 했는지, 20년을 기준으로 했는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0년간의 주가 변동을 기준으로 했다면 과거 손실률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 원장의 지적이었다.
실제 A 은행은 1998~2018년 동안 약 20년을 기준으로 손실 확률을 계산한 반면 B 은행은 과거 10년치만을 참고해 손실률을 일부러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소법 17조 적합성 원칙도 논쟁이 될 수 있다. 금융회사는 해당 상품이 투자에게 적합한지 소비자의 취득 또는 처분 목적, 재산상황, 취득 또는 처분 경험을 감안해 판매해야 한다.
금감원은 현장검사에서 3~5년 후 노후자금이 필요한 고령자에게 원금보장이 안 되는 상품을 권유한 사실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홍콩 ELS 가입자의 30.5%는 65세 이상 고령자다. 암 치료를 위해 당장 치료비가 필요한 고객에게 수령한 암보험금을 ELS에 투자하라고 권유한 사례도 나왔다. 소비자의 취득 목적이나 재산상황 등에 맞지 않는 판매로 적합성 원칙을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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