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사기, 막장 현실 상상력 뛰어넘어”…전청조 징역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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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행세를 하며 투자자들을 속여 3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전청조(28)씨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병철)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호실장 이모(27)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이 내려졌다.
당초 전씨와 이씨에 대한 선고는 지난 8일로 예정됐지만, 공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이씨를 상대로 재판부의 추가 심문 일정이 잡히면서 이날로 선고가 미뤄졌다.
앞서 지난달 31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15년, 이씨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각각 국내 유명 기업의 숨겨진 후계자와 경호실장 행세를 하며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라고 피해자들을 속여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서 약 30억원 상당을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별도로 전씨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5명에게서 약 3억5800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전씨의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합계 30억7800만원에 달한다.
아울러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전씨는 지난해 6월 주민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되고 본인의 사진을 붙인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제시해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도 제기됐다.
재판장은 이날 중국 소설가 ‘위화’가 쓴 소설 ‘형제’를 인용하며 “남자주인공 한 명이 작품 속에서 가슴을 넣었다 뺐다 하는 장면이 있다”고 운을 뗐다.
재판장은 “이 사건을 접하면서 가슴은 물론이고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막장의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었다”며 “인간의 탐욕, 물욕을 경계하는 반면교사가 이 사건이 될 수 있었다면 하는 씁쓸한 소회가 든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전씨는) 수많은 사기 범행으로 징역을 살고 나오자마자 반성은커녕 더 많은 돈을 편취하기 위해 유명인에게 접근해 사기 범행을 기획했다”며 “어떤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회사를 차리려고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장은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사기를 벌여 삶을 망가뜨렸고 피해액이 30억원에 이른다”며 “피해액 대부분이 변제되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말한 소설 속 인물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그런 행위를 했다. 선하고 착한 사람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 앞에서 그랬다”며 “그런데 전씨는 일상이 사기였다는 말처럼 본인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범 이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처음에 전씨로부터 3500여만원을 편취당한 피해자로 사건에 얽혔지만 2023년 7월부터 종범의 지위로 전환됐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를 마치자 전씨와 이씨는 오열하며 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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