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나온다" 기안84도 감탄…한국 젊은이들 홀린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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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태어난김에세계일주' 방송화면
볼리비아는 우리에게 참 생소하다. 전통적인 남미의 강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FTA 경제 협력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칠레, 혹은 잉카문명의 보고인 페루에 비해 크게 내세울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 나라는 최근 들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국인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남미국가가 됐다. 인스타를 비롯한 SNS에 인생샷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이 있기 때문이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볼리비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이 사막에서 '인생샷'을 찍기 위해 볼리비아를 찾는다. /Getty Images Bank
남미 대륙의 중심부에 있는 이 나라는 과거에는 더 큰 나라였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이후 주변국인 아르헨티나에 한 차례(1893년), 브라질에 두 차례(1867년, 1903년)에 걸쳐 영토를 빼앗겼고, 1938년에는 파라과이와의 차코전쟁에서 패배해 인접한 영토를 내어주면서 국토 면적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볼리비아에 가해진 결정적인 타격은 1879년 발발한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서다.
볼리비아는 원래부터 내륙국가가 아니었다. 현재 칠레의 북부 해안 지방은 볼리비아의 영토였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19세기 전 세계 농업생산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 비료의 원료로 쓰이는 광물인 초석이 대규모로 생산됐다. 이에 초석 개발을 위해 칠레인들이 대규모로 이곳에 유입되면서 이권을 둘러싼 두 나라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증폭됐다.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방책으로 볼리비아가 페루와 비밀리에 동맹을 맺자, 이에 항의하면서 칠레가 전쟁을 일으켰다. 4년 동안 계속된 이 전쟁은 결국 칠레의 승리로 끝나게 됐고, 그 결과 페루는 국토의 남쪽 일부를, 볼리비아는 태평양으로 열린 해안 영토를 칠레에 빼앗겼다.
전쟁으로 인해 볼리비아는 내륙국으로 전락하게 됐다. 그 피해는 초석 자원 개발권의 양도와 영토 상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바다로부터의 고립은 국가의 잠재적 성장과 경쟁력을 위해서도 막대한 손해였다. 결국 칠레와 볼리비아의 영토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에까지 가고 말았다. 최근까지 진행된 이 재판에서도 볼리비아는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고, 고육지책으로 다른 인접국인 아르헨티나, 페루와의 협정을 통해 이 나라들의 항구를 임대해 우회적으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칠레와 볼리비아는 앙숙이 됐다. 두 나라는 아직 정식 국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유니는 내륙국가 볼리비아의 상징적 항구이자 창(窓)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 각 지역에서 이 소금사막을 방문하기 위해 이 나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해발 3656m 위에 있는 우유니사막은 원래 바다였다. 오랜 옛날 남미 대륙판의 지각 변동에 따라 바닷속에 있던 땅이 솟아올라 안데스산맥이 됐고, 우유니사막이 있던 지역 역시 함께 융기해 거대한 내해(內海), 즉 내륙의 바다가 된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표면의 바닷물은 증발하고 물속에 용해돼 있던 소금이 남아 거대한 소금사막이 만들어졌다.
우유니는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이다. 총면적이 경상남도 크기이고, 쌓인 소금의 두께는 1m에서 100여m에 육박하기에 사막에서 나오는 소금의 양이 엄청나다. 이 나라 국민이 수천 년 동안 소비해도 남을 정도라고 하며, 순도가 높은 질 좋은 소금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우유니사막이 품은 압도적이고 절대적인 풍광이다. 영국의 BBC는 우유니사막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방문지 50곳 중 하나’로 선정했다.
우유니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수도인 라파스에서 야간 버스, 기차를 타고 6시간에서 12시간을 들어가야 한다. 마음먹고 이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우기인 1월이나 2월을 택하는 것이 좋다. 소금사막의 표피층에 빗물이 반사되면서 하늘을 비추어 놀라운 광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막은 하늘이 된다. 그리고 사막 위 관광객들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을 경험한다. 많은 이가 우유니를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고 부른다. 하늘과 땅이 합쳐지는 착시현상으로 인해 관광객들은 다양한 설정과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인생샷을 완성한다.
소금사막 지면에 고인 빗물은 거울처럼 지상과 하늘의 전경을 반사한다. 관광객이 다양한 설정과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렇게 우유니 사막은 볼리비아의 국가적 관광 자원이 됐다. 우기가 되면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하지만 우유니를 이미 방문해 봤다면 볼리비아 정부가 참 게으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중앙이나 지방 정부는 대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우유니를 멋진 관광상품으로 이곳을 꾸며놓지 않았다.
볼리비아 정부가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든 우유니를 대규모 관광지구로 투자하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였는지도 모르겠다. 세계의 유명 관광지들이 너무 많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몸살을 앓았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문화 유적이 훼손되기도 했으며, 대규모 개발로 인해 주변 환경과 생태가 파괴되면서 지구인 모두의 유산을 더 오래 공유하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관광객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우유니 사막은 다행히도 우기가 되면 자체 정화과정을 통해 다시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와 아직은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볼리비아는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볼리비아는 2010년을 기점으로 에콰도르와 함께 최초로 ‘자연의 권리’를 헌법상에 명시한 나라가 되었다. 또한, 그 하위법으로 ‘어머니 대지(Mother Earth)’ 법률을 제정하여 인간에 의해 자연을 마음대로 개발하거나 약탈하는 것이 아닌, 미래와 후손을 위해 공존하고 공생하는 존재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일종의 ‘선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였다는 비판이 존재해 왔다. 또한, 이렇게 자연의 권리를 명시하는 것 자체도 자연을 대상화하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고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니 사막과 같은 자연과 에코시스템을 지켜내려는 시도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우유니 사막이 지구의 유산으로 오래오래 간직되기를 바란다.
박정원 경희대 스페인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