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전공의 면허정지, 스케쥴대로” 13일 오후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교수들이 긴급 임시총회 참석을 위해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의대 1층 대강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40개 의과대학 가운데 19곳의 교수들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복귀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하고, 15일까지 학교별로 교수들의 사직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 면허정지 처분 등을 예정대로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정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악화일로를 걷자 환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 등 전국 19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들은 12일 밤 온라인 회의를 열어 전공의에 대한 사법 조치와 의대생 유급·휴학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 사직서 제출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공동 대응을 위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15일까지 대학별로 의대·수련병원 교수들 사직 의사를 물어 구체적인 사직 방법이나 제출 시기는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제주대, 원광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단국대, 경상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충남대, 건국대, 강원대, 계명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전국 교수 비대위에 참여했다. 그중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는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서울대학교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을 교육을 위한 부속·협력병원으로 두고 있다.

전공의가 이탈한 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보고 있는 교수들이 사직한다면 현재 의료체계 유지는 어려워진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가 빠진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 교수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상황이 비상 상황”이라며 “교수들이 사직하면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직서를 내더라도 진료단을 만들어 최대한 (진료 유지를) 버텨볼 생각인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도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 면허정지 등 처분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 나와 “행정처분은 정부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스케줄대로 간다”며 “의대 정원은 국가 전체 의료인력 수급법상 정부가 책임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에 대해 즉각적인 조처를 하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박민수 차관은 “여러 조치나 (사직서 수리 금지 등 의료법에 근거한) 명령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건 없다”며 “(교수도) 의료인이므로 의료법 적용을 받으므로 법에 근거한 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고만 밝혔다.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입장문을 내어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 취소 등 중증 암환자들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데, 상급종합병원 교수들마저 집단으로 사직하면 의료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의사 인력 공백 장기화에 따라 추가 비상진료대책을 내놨다. 이날부터 1개월간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1·2차 의료기관으로 이송될 경우 그동안 환자가 부담하던 구급차 이용비를 전액 지원한다. 2차 병원 진료의뢰서가 꼭 있어야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15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