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11조 빼돌린 '가상화폐 왕' 25년형…법대교수 부모, 한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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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왕’으로 불리던 FTX 창업주 샘 뱅그먼프리드(32)가 28일(현지시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00만 달러(약 404억원)짜리 펜트하우스에서 카리브해 전망을 만끽하며 인류를 위해 자신의 부를 쓰겠다던 억만장자의 가파른 몰락”이라고 전했다.
FTX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지난해 뉴욕의 미국 연방 법원에 도착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루이스 A. 카플란 판사가 이날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카플란 판사는 110억2000만 달러(약 15조원)의 재산 몰수도 명령했다.
형이 선고되기 전, 갈색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등장한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고객과 투자자·직원들에게 “많은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매 단계마다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카플란 판사는 판결을 내리기 앞서 “이 사람은 장래에 매우 나쁜 행동을 저지를 위험이 있으며, 이 위험은 사소한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청나게 위험한 베팅을 하는 것은 그의 본성”이라며 “그가 후회하는 것은 ‘잡힐 가능성에 대해 나쁜 내기를 한 것’이며, 잘못 자체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날 선고된 25년형은 연방검찰이 구형한 40~50년형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화이트칼라 사기 사건 피고인에게 부과된 형량 중에선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전직 연방검사인 조시 나프탈리스는 “카플란 판사가 중대하고 공정한 선고를 내렸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법원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으며, 뱅크먼프리드의 재범 가능성까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긴 형량은 2008년 폰지 사기를 주도한 버나드 메이도프(1938~2021)가 150년형을 받은 정도다. 당시 70대였던 메이도프는 수감된지 12년 뒤 감옥에서 사망했다. 2022년엔 혈액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가 11년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을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 EPA=연합뉴스
가석방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앞서 미국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특정 비폭력 범죄자들에 대한 의무적 최소 형량을 낮추는 ‘퍼스트 스텝 액트’를 제정해 이들의 형량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게 했다. 전직 연방검사인 미첼 에프너는 “감옥에서 최대 크레딧을 얻는다면, 뱅크먼프리드는 12년6개월만 복무해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명 로펌인 크래머 레빈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전직 연방 검사인 조던 에스테스는 “법원에서 의학적인 이유로 형량을 줄여주기도 한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피고인이 일정기간 복역한 뒤엔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이 조기 석방을 허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CNN에 전했다.
일각에선 징역형보다 재산 몰수가 뱅크먼프리드에게 더 치명타라고 강조했다. 에프너는 “뱅크먼프리드는 남은 생애 내내, 자신이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몰수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샘 뱅크먼프리드가 법원에서 진술하는 동안 서 있는 모습을 담은 법정 스케치. AP=연합뉴스
이날 판결에 뱅크먼프리드의 변호인단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그의 우울증·자폐증 병력 등을 내세워 “최대 6년6개월 형량이 적절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엔 뱅크먼프리드의 부모도 자리했다. 선고 이후 두 사람은 성명을 통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들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아버지 조 뱅크먼과 어머니 바바라 프리드는 둘 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로, 그간 아들의 변호에 적극 참여해왔다. 이들은 자신의 친구, 동료, 법학 교수들의 지지를 모아 뱅크먼프리드의 인성을 보증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FTX 창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의 어머니 바바라 프리드(오른쪽)와 아버지 조 뱅크먼이 28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바바라 프리드는 아들이 4살 때 길에 넘어진 아이를 도우려고 노력할 정도로 선한 마음을 가졌고, 고교 시절엔 자신이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우울한 동급생들을 상담해줬다고 법원에 호소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뱅크먼프리드는 이공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2013년부터 4년간 월가의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로 근무했다. 이후 암호화폐의 인기가 높아지자 2019년 MIT 졸업생들과 함께 거래소 FTX를 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앞서 미국 CNBC는 FTX의 빠른 성장세는 한국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 덕분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내 코인 거래가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로 큰 돈을 쓸어담았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가장 낮게 매달린 과일(손쉬운 수익)”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2021년, 당시 29세인 뱅크먼프리드의 순자산은 206억 달러로 불어났고, 미국 부자 순위 25위까지 올랐다. 그는 FTX 본사를 바하마에 두고, 전용기로 전 세계를 누비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거물급 인사와 저녁 식사를 즐겼다. 지난 미국 대선 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후원자 중 두번째로 많은 정치 자금을 기부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샘 뱅크먼-프리드 정치자금
하지만 과도한 투자와 대출을 반복하다 2022년 파산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자금을 사용해 계열사의 부채를 갚고 바하마의 부동산을 사들였으며, 암호화폐 규제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하는 등 불법 로비를 벌인 사실 등도 드러났다. 그가 사적으로 유용한 액수는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했다.
이날 재판 결과에 따라, 현재 뉴욕 브루클린의 매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뱅크먼프리드는 중간수준 보안을 갖춘 교도소로 보내지게 됐다. 카플란 판사는 그의 가족이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부모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과 최대한 가까운 교도소에 수감될 것이라고 전했다.
징역 25년, 재산 15조 몰수
형이 선고되기 전, 갈색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등장한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고객과 투자자·직원들에게 “많은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매 단계마다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카플란 판사는 판결을 내리기 앞서 “이 사람은 장래에 매우 나쁜 행동을 저지를 위험이 있으며, 이 위험은 사소한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청나게 위험한 베팅을 하는 것은 그의 본성”이라며 “그가 후회하는 것은 ‘잡힐 가능성에 대해 나쁜 내기를 한 것’이며, 잘못 자체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날 선고된 25년형은 연방검찰이 구형한 40~50년형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화이트칼라 사기 사건 피고인에게 부과된 형량 중에선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전직 연방검사인 조시 나프탈리스는 “카플란 판사가 중대하고 공정한 선고를 내렸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법원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으며, 뱅크먼프리드의 재범 가능성까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긴 형량은 2008년 폰지 사기를 주도한 버나드 메이도프(1938~2021)가 150년형을 받은 정도다. 당시 70대였던 메이도프는 수감된지 12년 뒤 감옥에서 사망했다. 2022년엔 혈액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가 11년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가석방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앞서 미국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특정 비폭력 범죄자들에 대한 의무적 최소 형량을 낮추는 ‘퍼스트 스텝 액트’를 제정해 이들의 형량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게 했다. 전직 연방검사인 미첼 에프너는 “감옥에서 최대 크레딧을 얻는다면, 뱅크먼프리드는 12년6개월만 복무해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명 로펌인 크래머 레빈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전직 연방 검사인 조던 에스테스는 “법원에서 의학적인 이유로 형량을 줄여주기도 한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피고인이 일정기간 복역한 뒤엔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이 조기 석방을 허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CNN에 전했다.
일각에선 징역형보다 재산 몰수가 뱅크먼프리드에게 더 치명타라고 강조했다. 에프너는 “뱅크먼프리드는 남은 생애 내내, 자신이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몰수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는 로스쿨 교수…"아들 위해 싸울 것"
이날 법정엔 뱅크먼프리드의 부모도 자리했다. 선고 이후 두 사람은 성명을 통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들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아버지 조 뱅크먼과 어머니 바바라 프리드는 둘 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로, 그간 아들의 변호에 적극 참여해왔다. 이들은 자신의 친구, 동료, 법학 교수들의 지지를 모아 뱅크먼프리드의 인성을 보증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바바라 프리드는 아들이 4살 때 길에 넘어진 아이를 도우려고 노력할 정도로 선한 마음을 가졌고, 고교 시절엔 자신이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우울한 동급생들을 상담해줬다고 법원에 호소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뱅크먼프리드는 이공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2013년부터 4년간 월가의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로 근무했다. 이후 암호화폐의 인기가 높아지자 2019년 MIT 졸업생들과 함께 거래소 FTX를 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앞서 미국 CNBC는 FTX의 빠른 성장세는 한국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 덕분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내 코인 거래가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로 큰 돈을 쓸어담았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가장 낮게 매달린 과일(손쉬운 수익)”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2021년, 당시 29세인 뱅크먼프리드의 순자산은 206억 달러로 불어났고, 미국 부자 순위 25위까지 올랐다. 그는 FTX 본사를 바하마에 두고, 전용기로 전 세계를 누비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거물급 인사와 저녁 식사를 즐겼다. 지난 미국 대선 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후원자 중 두번째로 많은 정치 자금을 기부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와 대출을 반복하다 2022년 파산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자금을 사용해 계열사의 부채를 갚고 바하마의 부동산을 사들였으며, 암호화폐 규제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하는 등 불법 로비를 벌인 사실 등도 드러났다. 그가 사적으로 유용한 액수는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했다.
이날 재판 결과에 따라, 현재 뉴욕 브루클린의 매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뱅크먼프리드는 중간수준 보안을 갖춘 교도소로 보내지게 됐다. 카플란 판사는 그의 가족이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부모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과 최대한 가까운 교도소에 수감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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