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②마르지 않은 눈물…유족·생존자 "사회변화 위해 계속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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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삶, 여전한 상처…"어느 것 하나 밝혀진 것 없고, 책임진 사람도 없다"
"똑같은 사고 또 난다면 대처할 수 있겠나"…사회 안전대응 역량에 의문도
(인천·안산=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 그들과 함께해 온 시민단체 등 '세월호 사람들'의 삶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180도 바뀌었다.
누군가는 생때같은 자녀를 잃었고, 또 누군가는 부모를 여의었다. 어떤 이는 생업을 놓았고, 고향을 등졌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선 안 된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했다. 낮도 밤도 없었고, 여름도 겨울도 다르지 않았다. 비가 오고 눈 내리는 날 길바닥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 사회는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지겹다", "그만 해라"라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있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월호 사람들의 삶은 매우 달라졌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그동안 이 사회는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고.
연합뉴스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들을 만나 지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들이 말하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빗속 세월호 농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느 것 하나 밝혀진 것 없어"…'유민아빠' 김영오 씨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족 '유민아빠' 김영오(54) 씨는 2014년 7월 딸의 영정 앞에서 무려 46일간 단식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이끈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광화문 광장의 찬 바닥에 앉아 있을 때보다 더 갑갑하다고 말한다.
김씨는 "광장에서 목 놓아 싸울 때는 답답한 줄 몰랐는데, 광장을 떠나 세상을 등지고 일상을 보내다 보니 속에 가득 찬 응어리가 느껴졌다"며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서, 한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7년 광화문을 떠나 수년간 귀농과 유랑생활을 하다가 최근 에어컨 관련 기술을 배워 설치 기사로 일하고 있다.
세월호 유족 김영오 씨
[김영오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세월호 특조위 1기와 2기, 선체조사위까지 거쳤지만, 어느 것 하나 밝혀진 것도 책임을 진 이도 없다"며 "이젠 10년이 지나 공소시효도 대부분 만료되고 일부 기소된 이들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답답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보수든 진보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벌써 10주기인데, 세월호 생명안전공원이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다"며 "신속히 진행했다면 지금쯤 완공이 됐을 텐데, 전국에 뿔뿔이 흩어진 아이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공간조차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투쟁할 것"…생존자 장애진 씨 가족세월호 생존자 장애진(27) 씨는 참사 이후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겨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3년간 안산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응급구조사로 근무했다. 이어 현재는 119구급대원으로 진로를 잡고 소방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심적 고통을 이유로 언론 인터뷰를 거절한 장씨 대신 취재에 응한 장씨의 아버지 장동원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딸이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년간 많이 노력해왔지만, 이따금 화를 내거나 슬픔에 잠기기도 하며 힘들어한다"며 "부모라고 해도 자녀의 모든 아픔을 보듬을 수는 없기 때문에 늘 걱정된다"고 했다.
생존자 가족 장동원 씨
[장동원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뭇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주기가 돌아올 때면 "벌써 그렇게 됐냐"고 말하지만, 애진 씨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매년 이맘때마다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괴로움을 토로한다고 한다.
장 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계속해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희생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일반인 유족 전태호 씨희생자 중 일반인 42명과 구조 활동에 참여하다 숨진 민간 잠수사 2명을 포함해 총 44명의 유족으로 구성된 세월호 일반인 유족 협의회 전태호(47) 위원장은 아직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한 유족이 많다고 전했다.
전 위원장은 "고인을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간 유가족도 있지만 지금도 10년 전의 아픔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있는 분이 많다"며 "건강이 악화해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약에 의존해서 사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 자동차 리스업체에서 근무했던 전 위원장은 이후 생업을 포기하고 유족 대책위 일을 했고, 지금은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반인 유족 전태호 씨
[작가 변정정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유족들은 여전히 착잡하다"며 "진상규명을 한다고 했지만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였던 부분이 많은 것 같고 결국 제대로 된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뺑소니 사고에 비유하면, 희생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전 위원장은 다만 "세월호 이전에 비해 대한민국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점은 그래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모든 행정은 사람을 중심으로 국민의 인권을 기본 바탕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금 똑같은 사고가 난다면"…당시 구조 나섰던 황대식 씨황대식(67) 전 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안전사고 대응 역량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구조 바지선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던 당시 사고 첫날부터 정부가 수색작업 종료를 선언한 2014년 11월 11일까지 7개월가량을 진도에 머무르며 민간 잠수사들에 대한 장비 조달 및 후생 복지 등 지원을 총괄한 인물이다.
황 전 본부장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형 사고에 대응할 능력을 키우고 시스템화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매우 부족했다고 본다"며 "만약 지금 다시 똑같은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면, 과거와 달리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대식 전 구조본부장
[황대식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를 회상하며 "구조 주체가 중심이 돼 투입할 인력과 장비를 정하고 작전을 세워 추진해야 하는데, 사고 초기 여론이 워낙 들끓다 보니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모양새였다"며 "그러다 보니 언론이 구조 작업 지휘자가 됐다. 예를 들어 '에어포켓이 있을 테니 공기 주입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다른 것은 뒷전이고 먼저 에어콤프레셔가 투입 되기도 했다"고 했다.
황 전 본부장은 사고를 사고 자체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일부 세력이나 소위 '냄비근성' 소리까지 나오는 일부 국민의 의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겹다고 포기해선 안 돼"…4·16재단 박래군 상임이사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 개선위원회 집행위원장, 4·9통일평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한 4·16 재단 박래군 상임이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함께 발족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박 상임이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남은 과제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꼽았다.
박 상임이사는 "조사기구를 통해 의혹으로 제기된 부분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지만 구체적인 침몰 원인과 왜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했느냐에 대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며 "대통령 기록물은 30년 동안 볼 수 없고, 국정원 관련 파일은 60여만건 중 2천건밖에 열람할 수 없는 등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발언하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세월호 참사 발생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에서 소 잃고 나서 외양간도 못 고치는 꼴의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후 위기 등을 고려하면 강도 높은 재난 위기가 일상화될 수도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선 안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해온 노력을 '지겹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며 "우리 사회가 고통을 외면하면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 전체가 위험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강영훈 권준우 김솔 류수현 홍현기 기자)
kyh@yna.co.kr
"똑같은 사고 또 난다면 대처할 수 있겠나"…사회 안전대응 역량에 의문도
(인천·안산=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 그들과 함께해 온 시민단체 등 '세월호 사람들'의 삶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180도 바뀌었다.
누군가는 생때같은 자녀를 잃었고, 또 누군가는 부모를 여의었다. 어떤 이는 생업을 놓았고, 고향을 등졌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선 안 된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했다. 낮도 밤도 없었고, 여름도 겨울도 다르지 않았다. 비가 오고 눈 내리는 날 길바닥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 사회는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지겹다", "그만 해라"라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있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월호 사람들의 삶은 매우 달라졌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그동안 이 사회는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고.
연합뉴스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들을 만나 지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들이 말하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느 것 하나 밝혀진 것 없어"…'유민아빠' 김영오 씨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족 '유민아빠' 김영오(54) 씨는 2014년 7월 딸의 영정 앞에서 무려 46일간 단식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이끈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광화문 광장의 찬 바닥에 앉아 있을 때보다 더 갑갑하다고 말한다.
김씨는 "광장에서 목 놓아 싸울 때는 답답한 줄 몰랐는데, 광장을 떠나 세상을 등지고 일상을 보내다 보니 속에 가득 찬 응어리가 느껴졌다"며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서, 한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7년 광화문을 떠나 수년간 귀농과 유랑생활을 하다가 최근 에어컨 관련 기술을 배워 설치 기사로 일하고 있다.
[김영오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세월호 특조위 1기와 2기, 선체조사위까지 거쳤지만, 어느 것 하나 밝혀진 것도 책임을 진 이도 없다"며 "이젠 10년이 지나 공소시효도 대부분 만료되고 일부 기소된 이들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답답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보수든 진보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벌써 10주기인데, 세월호 생명안전공원이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다"며 "신속히 진행했다면 지금쯤 완공이 됐을 텐데, 전국에 뿔뿔이 흩어진 아이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공간조차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투쟁할 것"…생존자 장애진 씨 가족세월호 생존자 장애진(27) 씨는 참사 이후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겨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3년간 안산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응급구조사로 근무했다. 이어 현재는 119구급대원으로 진로를 잡고 소방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심적 고통을 이유로 언론 인터뷰를 거절한 장씨 대신 취재에 응한 장씨의 아버지 장동원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딸이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년간 많이 노력해왔지만, 이따금 화를 내거나 슬픔에 잠기기도 하며 힘들어한다"며 "부모라고 해도 자녀의 모든 아픔을 보듬을 수는 없기 때문에 늘 걱정된다"고 했다.
[장동원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뭇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주기가 돌아올 때면 "벌써 그렇게 됐냐"고 말하지만, 애진 씨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매년 이맘때마다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괴로움을 토로한다고 한다.
장 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계속해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희생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일반인 유족 전태호 씨희생자 중 일반인 42명과 구조 활동에 참여하다 숨진 민간 잠수사 2명을 포함해 총 44명의 유족으로 구성된 세월호 일반인 유족 협의회 전태호(47) 위원장은 아직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한 유족이 많다고 전했다.
전 위원장은 "고인을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간 유가족도 있지만 지금도 10년 전의 아픔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있는 분이 많다"며 "건강이 악화해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약에 의존해서 사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 자동차 리스업체에서 근무했던 전 위원장은 이후 생업을 포기하고 유족 대책위 일을 했고, 지금은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 변정정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유족들은 여전히 착잡하다"며 "진상규명을 한다고 했지만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였던 부분이 많은 것 같고 결국 제대로 된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뺑소니 사고에 비유하면, 희생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전 위원장은 다만 "세월호 이전에 비해 대한민국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점은 그래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모든 행정은 사람을 중심으로 국민의 인권을 기본 바탕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금 똑같은 사고가 난다면"…당시 구조 나섰던 황대식 씨황대식(67) 전 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안전사고 대응 역량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구조 바지선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던 당시 사고 첫날부터 정부가 수색작업 종료를 선언한 2014년 11월 11일까지 7개월가량을 진도에 머무르며 민간 잠수사들에 대한 장비 조달 및 후생 복지 등 지원을 총괄한 인물이다.
황 전 본부장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형 사고에 대응할 능력을 키우고 시스템화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매우 부족했다고 본다"며 "만약 지금 다시 똑같은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면, 과거와 달리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대식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를 회상하며 "구조 주체가 중심이 돼 투입할 인력과 장비를 정하고 작전을 세워 추진해야 하는데, 사고 초기 여론이 워낙 들끓다 보니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모양새였다"며 "그러다 보니 언론이 구조 작업 지휘자가 됐다. 예를 들어 '에어포켓이 있을 테니 공기 주입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다른 것은 뒷전이고 먼저 에어콤프레셔가 투입 되기도 했다"고 했다.
황 전 본부장은 사고를 사고 자체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일부 세력이나 소위 '냄비근성' 소리까지 나오는 일부 국민의 의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겹다고 포기해선 안 돼"…4·16재단 박래군 상임이사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 개선위원회 집행위원장, 4·9통일평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한 4·16 재단 박래군 상임이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함께 발족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박 상임이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남은 과제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꼽았다.
박 상임이사는 "조사기구를 통해 의혹으로 제기된 부분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지만 구체적인 침몰 원인과 왜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했느냐에 대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며 "대통령 기록물은 30년 동안 볼 수 없고, 국정원 관련 파일은 60여만건 중 2천건밖에 열람할 수 없는 등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세월호 참사 발생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에서 소 잃고 나서 외양간도 못 고치는 꼴의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후 위기 등을 고려하면 강도 높은 재난 위기가 일상화될 수도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선 안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해온 노력을 '지겹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며 "우리 사회가 고통을 외면하면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 전체가 위험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강영훈 권준우 김솔 류수현 홍현기 기자)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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