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윤 대통령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에 시민사회 “국가가 청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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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 긴급행동’ 소속 회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와 대통령이 21살 청년의 죽음을 외면함으로써 청년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임기가 열흘 남은 21대 국회를 향해 “오는 2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재의결하라”고 촉구했다.
‘채 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대학생 긴급행동’ 회원 2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모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서 국회가 반드시 특검법을 재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로 채 상병과 같은 또래인 20~30대 청년들로, 빨간 구명조끼와 해병대 군복 등을 입고 나와 “채상병 특검 거부권, 청년이 거부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원칙대로 진행되던 수사가 멈췄고,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출국금지 상태에서도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해외로 도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특검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거부권에 맞선 청년의 저항권 행동 차원에서 채 상병이 입지 못한 구명조끼를 입고 진실을 위한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지난해 군 휴가 중에 채 상병의 죽음을 언론 보도로 봤다고 밝힌 해병대 예비역 곽재헌씨(23)는 “제가 휴가를 나가지 않았다면 제가 채 상병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부대 대원들과 연락하며 서로를 다독였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긴급행동을 제안한 손솔씨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민심과 싸우겠다는 선언이고 청년을 버리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부끄럽지 않게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채 상병 특검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가 외면하면 군에서의 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육군 32사단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다가 사망한 훈련병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다른 시민단체들도 국회 본청 앞에서 야당과 공동으로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국회의 조속한 재의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이 사건은 국방부, 대통령실, 윤 대통령 자신이 관여했는지가 쟁점이라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우려가 있기에 독립적으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특검법이 통과돼야 현역 군인 신분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등 수사관들이 합법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역 군인 신분에서 의사표현을 했다가는 징계를 받는 게 현실”이라며 “국회는 채 상병 수사외압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들이 국회에 출석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검법의 재의결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렸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5만명의 동의를 얻은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도록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