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글로벌 반도체 수장들, 대만서 AI 전략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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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2일 대만 타이베이 대만대 체육관에서 컴퓨텍스(COMPUTEX) 기술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 글로벌 ICT 기업 수장들이 대만을 찾는다. 4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IT(정보기술)산업 박람회인 '컴퓨텍스 2024'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 박람회는 'AI(인공지능) 연결'을 주제로 진행되는데 기업들이 공개할 AI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나흘 동안 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TAITRA) 주최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컴퓨텍스 2024가 열린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역시 AMD 리사 수 CEO, 인텔 팻 겔싱어 CEO,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등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별'들이 총출동한다.
'AI 연결'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각 기업 수장들은 각사의 AI 비전을 공개하고 나섰다.
젠슨 황 CEO는 지난 2일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와 대만간 강력한 반도체 동맹을 강조하며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을 활용해 AI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황 CEO는 "AI 칩 주도권은 여전히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고 자신하며 '블랙웰'을 이을 차세대 AI GPU(그래픽 처리장치) '루빈'을 공개했다.
황 CEO는 루빈 플랫폼에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가 채택될 것이라고 밝혔고, 엔비디아의 블랙웰 플랫폼 기반 시스템도 공개했다. 블랙웰 플랫폼은 2년 전 출시한 '호퍼'(HOPPER) 아키텍처의 후속 제품으로,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GPU 업계 2위인 AMD의 리사 수 CEO도 신제품을 출시 계획을 밝혔다.
수 CEO는 3일 기조연설을 통해 "AI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이며 AI가 사실상 모든 비즈니스를 변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코드명 '튜린(Turin)'으로 불린 5세대 AMD 에픽(EPYC) 프로세서 제품군을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뮬레이션 해봤을 때 경쟁사의 최고 수준보다 3배 이상 빠르며 약물 연구, 재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모델을 보다 신속하게 완성할 수 있게 해준다"며 "규모가 작은 LLM(거대언어모델)을 실행할 때 AI 추론 성능도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4일에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각 사의 차세대 기술과 함께 AI 시장 혁신 전략 등에 대한 공유에 나선다.
이번 박람회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의 위상을 보여주는 행사로도 평가된다.
1981년 시작된 컴퓨텍스는 대만 IT 기업들이 영향력을 잃으면서 명맥만 이어져오다 현재는 미국 CES와 독일 IFA, 스페인 MWC 등을 잇는 세계 5대 전시회로 거듭났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2배 이상 커진 규모로 진행된다.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고심하던 대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 고도화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해부터 AI 광풍이 불기 시작한 점이 주효했다.
GPU 글로벌 1,2위 업체인 엔비디아와 AMD의 수장은 모두 대만계 미국인이고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은 대만의 TSMC, 3위는 UMC다. ASE는 글로벌 패키징(여러개의 칩을 묶어 한 개의 칩처럼 작동가능하게 하는 공정) 글로벌 1위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AP(프로세서) 판매량 기준 글로벌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는 대만 미디어텍이다.
AI 산업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만을 차세대 AI 기술 개발 기지로 점찍은 모양새다. 자체적으로 AI 반도체 설계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의 협력 필요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AMD는 50억대만 달러(약 2100억원)를 투자해 아시아 첫 R&D 센터를 대만에 설립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도 대만에 아시아 최초로 1천여명이 근무하는 'AI 혁신 R&D 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대만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텔 팻 겔싱어 CEO는 컴퓨텍스 기조연설 후 방한해 인텔코리아가 진행하는 'AI 서밋'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방한하지 않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찌감치 정부가 나서 반도체 산업 체질 개선을 꾀했고, 반도체 기업인이 경제부 장관으로까지 발탁된 대만과 국내 상황은 다르다"며 "과거에는 기업만 잘 하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중국을 시작으로 주요국들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