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번쩍, 호르무즈 번쩍 …'중동 불량배' 이란 왜 날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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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가 시아파 맹주 이란을 중심으로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그동안 이란은 중동에서 수니파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서 '시아파 벨트'를 구축해왔다. 서쪽부터 레바논·시리아·이라크에 이어 이란을 거쳐 반원 형태로 예멘 후티 반군까지 영향력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수니파 단체와 직접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전면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이란은 전날 파키스탄이 사라반 지역을 공격한 데 따른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외무부는 "파키스탄의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란은 국민과 영토 수호를 레드라인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의 공습은 지난 16일 이란이 국경 지역을 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두 나라가 이틀 새 접경 지역인 발루치스탄에서 미사일을 주고받은 것이다. 발루치스탄은 이란과 파키스탄 국경 약 900㎞에 걸쳐 있는 일종의 무법 지대로, 양 국가의 영향력이 작은 수니파 발루치 부족이 통제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3일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도식에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폭탄 테러를 자행한 것에 분노해 이라크와 시리아·파키스탄 내 수니파 조직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속내는 훨씬 복잡하다. 중동 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이 시점에서 이란이 발루치스탄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은 시아파 맹주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은 "이란이 IS의 테러, 이스라엘과의 전쟁, 히잡 시위 등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파키스탄을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국경에 대규모 군사자산을 집결시키고 있어 이란이 큰 부담 없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압둘라 칸 파키스탄분쟁안보 연구원은 "이란은 '강한 군대라더니 예전 같지 않네'라는 인식과 압박에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수니파임에도 이란이 시리아·레바논을 동원해 외곽 지원에 나선 것을 반미와 반이스라엘 입장에 더해 팔레스타인까지 시아파 벨트의 확장을 노리는 포석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산 알라산 국제전략연구소 중동책임자는 "이란은 저항의 축을 형성하며 산발적인 전투들을 '큰 단일 투쟁의 일부'로 보고 있다"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국경 밖에서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테러방지센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대리 세력들이 이란으로부터 이스라엘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받고 있으면서도, 이란이 이를 부인할 수 있는 그럴 듯한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란이 중동 일대에서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이 무기 판매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무기 수출국으로서 최첨단 기술을 홍보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란은 15일 시리아 공습 때 2022년에 개발한 신형 탄도미사일 '카이바르 셰칸'을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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