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중앙] "노인 표 떨어질라"…22대 국회, '고령자 면허제한' 논의 또 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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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 뉴시스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고령자 운전 제한 논의가 불붙고 있다.
1일 시청역 인근에서 9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 이후 정치권은 일제히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관계 당국은 사고 경위를 철저히 파악해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당국은 대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가해 운전자의 나이가 68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령 운전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일 피해자 조문을 마친 뒤 “초고령자 운전면허 갱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지난해 기준 3만9000여건으로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로 1년 전인 17.6%보다 늘었다.
고령 운전자 관련 논의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1대 국회에서도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는데, “고령 운전자가 운행 안전장치를 장착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비용을 지원한다”(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령운전자 표지 부착 차량에 대한 주의 운전 의무를 부과한다”(정우택 국민의힘 전 의원), “70세 이상인 사람이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경우 교통비를 지원한다”(김종민 민주당 의원) 등의 법안이다. 하지만 이동권 제한 등의 차별 논란을 의식해 논의를 미뤘고, 임기 만료로 법안은 폐기됐다.
정치인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 유권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지난해 12월 기준)에 따르면 60대 이상 인구는 1395만110명이다. 이는 4·10 총선 유권자인 만 18세 이상 인구 4438만549명의 31.4%에 달한다. 18~29세와 30대를 합친 비중(31.2%)보다 높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노인 표가 떨어질 수 있어 규제 법안을 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연령 제한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2월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신체·인지 능력으로 운전 적격성을 평가하는 현재 방식보다는 “실제 주행평가 방식을 도입해 보완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지능력이 부족한 65세보다 건강한 75세가 사고 위험이 적을 수도 있는데, 나이로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종합적으로 주행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운전을 제한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인 이동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강보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