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워싱턴엔 'AI 로비스트'만 3400여명, "규제 피하자"…불붙은 테크 로비錢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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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AI) 규제법 논의가 한창이던 2022년 6월. 오픈AI 임직원 3명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을 비밀리에 만났다. 범용 AI 시스템이 고위험 AI로 분류돼 강력 규제 대상에 오르는 게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5월 최종 승인된 EU의 AI법에서 범용 AI는 고위험 AI와 다른 기술로 분류됐다.
#.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는 작년 한 해에만 미국의 로비 전문 회사 5곳에 AI 로비를 의뢰했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정부가 AI 행정명령을 발표할 무렵이다. 메타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1700만달러(약 235억원)가 넘는 돈을 미국 워싱턴 로비 활동에 지출했다.
치열해진 ‘AI 로비 전쟁’
글로벌 AI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주요 기술 기업이 미국과 유럽 의회,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이고 있다. 10일 로비 추적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미국에서 AI 로비를 한 기업·기관은 2022년 153곳에서 2023년 451곳으로 1년 만에 3배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엔 323명의 로비스트가 백악관에 AI 로비를 했는데, 4분기엔 AI 로비스트 숫자가 931명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만 메타는 760만달러(약 105억원), 구글은 310만달러(약 43억원)를 미국 내 AI 로비에 썼다. 오픈AI의 대관 담당 직원은 지난해 초 3명이었지만 지금은 35명이 됐고, 연말엔 5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작년에 AI 로비를 한 기업 451곳 중 334곳은 지난해 처음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로비와 거리가 멀었던 기업들까지 AI 로비 전쟁에 돈을 싸 들고 참전한 것이다. 오픈AI 대항마로 불리는 앤스로픽,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등이 지난해부터 로비를 시작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AI 로비를 진행한 기업·기관들이 미국 연방정부에 쓴 금액은 9억5700만달러(약 1조4250억원)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AI 로비스트는 2022년 1552명에서 지난해 3410명으로 늘었다. 닐 칠슨 어번스인스티튜트 정책이사는 “실리콘밸리는 원래 워싱턴과 소통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새로운 문화(로비)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AI 규제의 선봉에 서 있는 유럽에도 기업들이 몰려가고 있다.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이 유럽 내 ‘테크 로비’의 핵심이다. 지난해 EU 집행위 고위 관계자의 78%가 기업들과 AI 관련 미팅을 했다. 프랑스 미스트랄AI는 브뤼셀에 로비 사무소를 열었고, 독일 알레프알파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독일 정부 회의에서 12번 의견을 냈다.
고은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