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초부자 감세 불가”...野, 정부 상속세안 하루만에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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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6일 정부가 전날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만을 위한 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면 정부 안은 통과될 수 없다. 다만 민주당은 중산층 세 부담과 관련해서는 “우리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민주당 간 협상을 통한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정부 세법 개정안은 초부자 감세라 수용하기 어렵다”며 “오늘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나가는 월급쟁이들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정부는 대체 무슨 염치로 세금을 내라 하는 것이냐”고 했다. 또 상속세 최고 세율을 40%로 낮추는 정부안과 관련해서는 “근로소득세 최고 세율이 45%인데 노동으로 인한 소득세보다 (상속세가) 훨씬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전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부자 감세’ ‘부의 대물림’으로 규정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세 최고 세율 인하(50%→40%), 최대주주 보유 주식 할증 평가 폐지, 배당을 늘린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 발표 직후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 세법 개정안은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목표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산층 세 부담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정부 안과 관련해 민주당은 “자체 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녀공제 금액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 안으로 해도 서울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아파트까지는 상속세를 안 낼 수 있다”며 “정부가 민주당 안을 의식해 더 과격하게 치고 나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7000만원인데, 민주당 안으로도 이 가격대 아파트 상속세는 0원이라는 것이다.
배우자와 자녀 둘이 상속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는 배우자공제(5억원)와 일괄공제(5억원)를 합해 1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안대로 자녀공제를 1인당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배우자와 자녀 둘이 상속 시 17억원(배우자공제 5억원과 자녀공제 10억원, 자녀공제와 함께 받을 수 있는 기초공제 2억원 합산)을 공제받을 수 있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15억원(배우자공제 5억원과 일괄공제 10억원 합산)을 공제받을 수 있다. 자녀공제와 일괄공제는 동시에 받을 수 없고 하나를 택해야 한다.
민주당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서 빠진 종합부동산세 개편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진 정책위의장은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1주택자로 장기 거주하는 경우에 혜택을 주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종부세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정부가 밝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는 반대했지만 일부 손을 보겠다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미 3년 전에 입법이 돼서 한 번 유예까지 된 것인데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손질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신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주식과 채권 등 금융투자소득을 배제해 건보료를 깎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태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