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이동노동자 쉼터 찾아 ‘삼만리’⋯ 인천 관내 3곳 불과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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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에 1곳씩은 있어야 이동하다가 쉬죠. 근처에 없으니 이용할 수가 없죠.”
23일 오후 3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생활물류쉼터’. 지난해 11월 인천시가 택배기사나 대리기사, 검침원 등 이동노동자들이 쉴 수 있도록 만든 약 181㎡(54평) 규모의 넓은 쉼터지만, 이용자는 2명뿐이다. 쉼터는 얼음물과 전동안마의자, 헬멧건조기 등 다양한 물품을 갖췄지만 사용자는 없다. 인천 이동노동자의 쉼터가 고작 3곳이라 곳곳을 옮겨 다니는 이동노동자들이 굳이 먼 곳에서 이곳까지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노동자 A씨(28)는 “하루에 중구와 서구 등 인천 곳곳을 이동하는데, 쉼터로 가려면 30분 넘게 걸린다”며 “시간이 돈인데,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동노동자들이 잠깐이라도 쉴 수 있으려면 적어도 동네마다 1곳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직종의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워 ‘대리기사 쉼터’로 전락했다. 더욱이 인천 군·구는 이동노동자 쉼터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 전혀 없어 예산 확보 등 확충 대책이 시급하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4일부터 지난 5월31일까지 생활물류쉼터 이용자 1만1천832명 중 대리기사가 9천202명(78%)으로 가장 많다. 지역 곳곳을 옮겨다니는 이동노동자 특성상 쉼터가 곳곳에 있어야 하지만 인천에는 쉼터가 3곳뿐이고, 번화가 인근에 있어 이용자 대부분이 대리기사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 군·구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만드는데 필요한 예산 확보는 물론, 계획조차 없는 등 소극적이다. 시는 올해 쉼터 확충 예산 1억2천만원을 확보했지만, 군·구가 호응하지 않아 쓰지도 못하고 있다.
더욱이 중·남동·부평·계양구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만들 수 있는 근거 조례가 있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민규량 인천연구원 노동경제 담당 연구위원은 “이동노동자 쉼터가 곳곳에 있을수록 이용자 수도 늘어나고, 이용자 직종도 다양해질 것”이라며 “군·구마다 최소 1곳 이상 필요하고, 가능한 동네마다 1곳 이상 있어야 정책 효과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구 관계자는 “쉼터 조성을 위한 부지 확보와 예산 마련 등이 쉽지 않았다”며 “내년 예산엔 최대한 이동노동자 쉼터 조성을 위한 사업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남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