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엉덩이 너무 부각돼”…‘레깅스계 샤넬’로 불리던 이 브랜드, 2030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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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14분기 연속 15% 이상 성장하며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살아남은 룰루레몬 매출이 지난 3월부터 꺾이고 있다. 그 자리를 저렴한 브랜드인 ‘듀프’가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듀프는 ‘duplication’의 줄임말로 프리미엄 제품의 스타일과 품질을 따라 만든 저가 제품을 말한다.
1998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룰루레몬은 레깅스 등의 제품을 10만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애슬레저(일상 운동복) 시장을 이끌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침체된 의류 시장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룰루레몬은 국내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이 착용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엔 배우 전종서가 서울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경기에서 시구를 하면서 룰루레몬 레깅스를 입고 등장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구 패션’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레깅스 인기는 매출로도 연결됐다. 룰루레몬의 매출은 지난 14분기 연속 15% 이상 증가했다. 가장 최근 회계연도(지난 1월28일 마감)에서도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96억달러(약 12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또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어난 22억1000만달러(약 3조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예상치를 넘었다.
이같은 상승세는 지난 3월부터 꺾였다. 미국 내 매출이 급감하면서다. 증권업계에서도 2분기 들어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룰루레몬이 가성비 전략을 내세운 듀프 제품에 밀려 성장 둔화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미카일라 키초풀로스(22)는 WSJ에 “브랜드 로고가 예전만큼 큰 의미를 갖진 않는다”며 “할인 상품을 찾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평균 가구 소득이 10만 달러(약 1억3200만원)인 고소득층 1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운동복 브랜드는 룰루레몬이었다. 그런데 가구 소득이 5만5000달러(약 7300만원)인 10대 여성 사이에선 룰루레몬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제품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잇따라 제기돼 기존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앞서 룰루레몬은 일부 고객이 최근 출시한 레깅스 핏에 대해 “배와 등이 너무 커 보인다”며 불만을 제기하자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WSJ은 “(룰루레몬 레깅스는) 색상이나 사이즈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며 듀프 제품은 가격도 저렴한데 다양한 색상이 있어 젊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서치 회사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10월 미국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1이 듀프 상품을 구매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는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조사 대상 중 Z세대는 약 50%, M세대는 44%에 달했다.
매체는 짐샤크(Gymshark)와 에이와이비엘(AYBL), 할라라(Halara) 등 가성비 브랜드가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고 짚었다. 룰루레몬은 ‘듀프’ 제품과의 경쟁에 대해 자사는 품질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윤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