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생후 7개월 딸 안고 뛰어내린 父 사망…아파트 담뱃불 화재 70대 '금고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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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탄절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서 화재를 낸 70대 남성에게 금고 5년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최형준 판사는 4일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78)씨에 중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피고인이 여러 이웃과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며 "화재를 확인한 후에도 소방서에 신고하는 등 화재 확산 방지 조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현관문을 열어 연기가 위층으로 확산하며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었으나 피고인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피해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재판에서 김 씨 측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완전히 껐기 때문에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이 난 아파트 3층에 살던 김 씨는 성탄절인 지난해 12월 25일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하게 해 주민들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4층 거주자 박모(33) 씨는 생후 7개월 된 딸을 안고 뛰어내리다 숨졌고, 최초로 화재를 신고한 임모(38) 씨도 숨지는 등 2명이 사망했고 27명이 다쳤다. 이어 지난 6월 치료를 받던 주민 1명이 숨지면서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당일 작은방에서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보며 담배를 피우다가 오전 4시 59분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남은 불씨는 방에 있던 신문지·쓰레기봉투 등에 옮겨 붙었고 아파트 동 전체로 번졌다.
검찰은 거실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자 김 씨가 현관문과 방문을 열면서 화재가 커졌는데도 김 씨가 아무 조치 없이 거실 창문으로 탈출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임 씨의 유족은 "존경하는 재판장님,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유족은 기자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기는 하지만 용서할 수 없다.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 아들은 무슨 죄가 있나. 이 아픔을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김 씨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그가 '방화'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현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