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커피 한 잔과 청년] "백수예요" "결혼 못할 것 같아요"…'506분'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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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완전히' 백수예요. 희망하는 직종은 따로 없어요. 이젠 좀 그냥 쉬고 싶네요."
지난달 대구 달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민(25·남‧가명) 씨는 자신을 '취업준비생'과 확실히 구분 지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특성화고로 진학해 고등학생 때부터 폭언에 시달리며 공장에서 꿋꿋이 일했고, 이후 두 번째 직장에서도 3년을 보냈다. 불투명한 미래에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를 느끼고 8개월 전 직장을 그만둔 그는 저축한 돈을 조금씩 쓰며 생활하고 있다.
#"아버지는 밖에선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만, 집에만 오면 돌변해 어머니에게 주먹을 휘두르곤 했어요. 그때부터 사람을 잘 못 믿게 됐네요. 저는 결혼은 못 할 것 같아요."
강혜진(26·여‧가명) 씨는 공부와 만화 '슬램덩크'를 사랑하는 대학원생이다. 사회생활도 잘하고, 연애도 이따금 해온 그였지만, 타인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다.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도 결혼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506분 27초.
카페에서 처음 만난 기자에게 20대 청년들이 기꺼이 내어준 시간의 총합이다. 인사를 건넬 때만 해도 평범해 보이기만 했던 그들은 저마다 다른 과거의 아픔, 현실의 고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다르면서도, 동시에 비슷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가출해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래서 자란 청년도 있었고, 가정폭력과 부모님의 이혼 등을 겪으며 상처를 받은 청년들도 존재했다. 상대적으로 화목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온 청년들 역시 부모님이 업무에 시달려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대구에 사는 20대 남녀 6명과 한 사람당 1~2시간 동안 대면 심층 인터뷰를 진행, 통계 뒤에 있는 이들의 실제 목소리를 기획기사로 담았다.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자 가명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뒤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질문지는 황동진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부연구위원에게서 자문받아 ▷가정환경과 연애·결혼에 대한 인식 ▷성차별 경험 여부·젠더갈등에 대한 인식 ▷직장 등에서의 부당행위 경험 여부, 취업에 대한 고민 ▷세대 내 격차·지역 간 격차에 대한 인식 등으로 구성했다.
기획탐사팀
윤정훈 기자 [email protected],서광호 기자 [email protected],김우정 기자 [email protected]